지지층 결집 포석…민주 다수 상원서 폐기될 듯
미국 의회 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이 낙태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 확실시됨에도 세를 과시하고 지지층을 붙잡으려는 의도로 낙태 관련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은 임신중절 시도에서 살아남은 아기에게 의료진들이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날 가결했다.
하원은 또한 교회나 임신위기센터(낙태 대신 아기를 낳도록 자문하는 비영리기관) 등 낙태 반대운동 단체·시설을 향한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낙태 반대'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부결될 전망이다.
법안 자체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신중절 시술에서 태아가 생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다, 2002년 제정된 법에 따라 모든 영유아는 발달단계에 상관없이 완전한 인간으로서 법적 권리를 가지고 보호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낙태 제한 법안은 다분히 '상징적' 수준에 그친다고 AFP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화당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가 낙태 문제에서 민주당과의 극명한 차이를 드러낼 기회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낙태 제한이 입법 우선순위에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지지층에게 호소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성명을 내고 "공화당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모든 생명은 신성하며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낙태권 지지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공화당의 시도가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가디언은 유권자들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미 낙태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을 '심판'했으며,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주에서 더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낙태 제한 법안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낸시 메이스(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 의원은 당론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번 법안이 '눈치 없는' 시도이며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메이스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하원 개원) 첫 주부터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중간선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수백만 여성이 '로 대(對) 웨이드' 판결 폐기에 분노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생명을 보호하려면 피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