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금리인상 등 악재 겹쳐… 폭탄선언
은행 모기지 업계 부동의 1위 기업 웰스파고가 모기지 시장에서의 사실상 철수와 함께 관련 직원 정리해고에 나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더해 지난해부터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황폐화된 결과로 향후 다른 은행들도 모기지 사업을 접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인 은행들의 모기지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CNBC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이날 모기지 관련 비즈니스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모기지 상품은 기존 웰스파고 고객들과 소수계 신청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제3기관을 통한 모기지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모기지 자산 투자도 사실상 철수한다는 방침이라고 CNBC는 전했다.
CNBC와 인터뷰한 클레버 산토스 웰스파고 소비자대출책임자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웰스파고는 그동안 집중해온 모기지 대출 비즈니스의 규모와 범위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모기지 시장 철수와 맞물려 관련 부문에서의 대규모 직원 감원도 불가피해졌다고 CNBC는 전했다. 얼마나 많은 직원을 해고할지 구체적인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규모 감원은 확실시되는 것이다. 앞서 웰스파고는 은행 운영과 관련해 12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 핵심 부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모기지 사업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웰스파고의 이번 조치는 모기지 대출 고객 주택 부당 차압과 소수계 고객 차별 등의 이유로 지난달 연방 당국으로부터 37억 달러의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물기로 합의한 뒤 후속으로 나온 것이라고 CNBC는 지적했다.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모기지 시장 철수 발표는 그 자체로 금융업계에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류 은행사들은 모기지 시장에서 발을 뺐지만 웰스파고는 자리를 지키면서 주택담보대출 시장 1위 은행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제 웰스파고까지 모기지 시장에서 철수하면 주류 대형 은행사들이 관련 업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지난해 역대급 기준 금리 상승이 웰스파고의 이번 결정에 도화선이 됐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조 달러의 대출 규모로 전체 모기지 대출자의 7.3%로부터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비은행권 대표 모기지 업체인 ‘로켓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특히 작년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하락을 불러오면서 최근 모기지 시장은 역사상 유례 없는 침체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찰리 샤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중순 실적 발표 현장에서 “오늘날 은행이 모기지 시장에서 해야 하는 사업은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며 “우리는 과거 우리가 해왔던 것 처럼 미래에도 잘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웰스파고의 결정이 불러올 파급 효과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장악해온 ‘대어’가 빠져나가는 것인 만큼 한인 은행들과 같은 커뮤니티 뱅크에 기회가 열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웰스파고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올라간 기준 금리 환경에서 거래가 실종돼 지난해부터 한인 은행 업계에서는 모기지 부서 대량 해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바 있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스스로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레이오프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며 “모기지 업계는 당분간 좋아지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