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의 최저 실업률
근로자들의 임금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12월 고용보고서에 미 경제가 불황을 피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번 보고서 내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바라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늘어나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0%)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지난 2021년 여름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근로자 임금 급등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연준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자연스럽게 해소 내지 완화하는 현시점에서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마지막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물가 지표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연준이 노동시장 과열을 거론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금 급등세가 꺾인 것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의 힘은 여전히 강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000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상회했고, 실업률은 전월(3.6%)보다 낮은 3.5%로 54년 만의 최저치 타이기록을 세웠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을 식히려는 의도로 무리하게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임금발 인플레 장기화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연준으로서는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근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 상승세 둔화가 지속적인 흐름이 될지 단 한 달의 지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데다 빅테크와 부동산, 금융 기업들 몇몇 분야에서 대량 해고가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현실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