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팬데믹 공급망 혼란에 인접국서 생산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기업들이 인접한 멕시코의 공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려는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로 생산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이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중국에서 물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물류망은 큰 혼란을 겪었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화물 운송 비용은 치솟았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한 달이 걸렸지만,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이 기간은 2∼3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멕시코의 공장들은 2주 안에 미국 내 소매업체들로 물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초 거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경우 100만 달러 상당의 직원 유니폼 5만여벌이 필요해지자 그간 이용했던 중국 업체 대신 멕시코 의류업체 ‘프레스로’에서 사들였다. 프레스로의 아이작 프레스버거 판매 이사는 월마트의 유니폼 주문을 멕시코의 경제적 역할이 진화하고 미국과 인접한 데서 기회를 얻고 있다는 신호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 인구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멕시코는 미국으로 3,82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2019년 이후 미국의 멕시코산 제품 수입은 25% 이상 증가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투자자들은 기업 인수와 프로젝트 자금 공급 등을 위해 중국보다 멕시코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다만 NYT는 멕시코가 광범위한 상품을 지배적으로 공급하는 중국의 위치를 대체할 능력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월마트에 유니폼을 공급한 프레스로의 프레스버거 이사는 “기본 소재·원료는 멕시코에 공급처가 없어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한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섬유는 멕시코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 내 항구 등 인프라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세계 공급망이 정상화하면 멕시코가 생산처로서의 매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선박 운송 비용도 지난 1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중국 의류 제조업체들은 큰 가격 할인을 내세워 미국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의류 제조기기 생산업체 렉트라의 멕시코 담당 임원인 카를로스 사르미엔토는 “이런 니어쇼어링의 동력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이 전적으로 중국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멕시코와 중미를 대안으로 보는 시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