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혈중 나트륨 농도 높으면 노화 촉진·만성질환 위험 증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건강하고, 심장·폐 질환 같은 만성질환에 덜 걸리며,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나탈리 드미트리에바 박사팀은 2일(현지시간) 온라인 학술지 'e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서 미국 성인 1만1천255명의 30년간 건강 데이터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는 1987~2019년 진행된 '지역사회 동맥경화 위험 연구'(ARIC: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자료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50대와 70~90대에 측정한 수축기 혈압, 콜레스테롤, 심장·호흡기·대사 기능 등 15가지 지표를 통해 생물학적 노화와 혈중 나트륨 농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시작 당시 혈중 나트륨 농도가 135~146mEq/L(리터당 밀리그램 당량)로 정상범위인 사람들이다. 수분 섭취와 노화 및 질환의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처음부터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거나 나트륨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제외됐다.
분석 결과 혈중 나트륨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은 나트륨 수치가 중간 정도인 그룹보다 만성질환에 더 많이 걸리고 생물학적 노화도 더 빠르게 진행됐으며 더 젊은 나이에 숨질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142mEq/L 이상이면 137~142mEq/L인 경우보다 대사 및 심혈관 건강, 폐 기능 등으로 측정한 생물학적 노화가 10~15% 빨랐고, 144mEq/L 이상이면 노화가 50%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중 나트륨 농도가 144.5~146mEq/L인 경우에는 조기 사망 위험이 137~142mEq/L인 경우보다 21% 높았고, 142mEq/L 이상인 사람은 만성 폐 질환과 당뇨, 치매는 물론 심부전, 뇌졸중, 심방세동 등 같은 만성질환 위험이 64%나 높았다.
혈중 나트륨 농도는 소금 섭취량뿐 아니라 마시는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고 적게 섭취하면 높아진다. 수분은 물 뿐 아니라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 등으로도 섭취할 수 있다.
미 국립의학아카데미(NAM)는 여성은 물을 하루 6~9컵(1.5~2.2L), 남자는 8~12컵(2~3L)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드미트리에바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수분 섭취와 만성질환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수분 섭취가 노화를 늦춰주고 질병 없는 삶을 연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물을 하루 섭취 권고량(1.5L 이상)만큼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 세계 수준에서 보면 수분 섭취 부족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