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발 헛디뎌
지난 연말부터 남가주 일원에 겨울 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마운트 볼디를 등산하던 오렌지카운티 거주 한인이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져 한인 등산 애호가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최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CPA로 일하는 최모씨가 조카와 함께 마운트 볼디 산행에 나섰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고, 결국 실종 11시간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당시 마운트 볼디는 겨울 폭풍으로 인해 구조대 수색활동이 지장을 받을 정도로 기상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샌개브리얼 산맥의 LA 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 경계에 위치한 마운트 볼디(해발 1만64피트·3,068미터)는 LA에서 가까워 남가주 등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하지만 산세가 험준해 전문가들도 등산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고 조난사고도 자주 발생하는데 지난 2017년 4월 유명 산악인 김석두(당시 78세)가 등반 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다. 마운트 볼디를 800여회 오를 정도로 전문 산악인이었던 김석두씨는 실종 4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돼 한인사회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산행에 나선 한인들의 추락사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풀러턴에 거주하는 조모(당시 51세)씨가 8명의 동료들과 마운트 랭글리를 등산하던 중 정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실족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마운트 랭글리는 캘리포니아주 인요와 툴라레 카운티 경계에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마루에 위치한 해발 1만4,032피트(4,277m) 산이다. 높은 산이 많은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서도 한인들의 추락사가 종종 발생한다.
2020년 10월에는 워싱턴주 타코마에 거주하는 70대 한인 남성이 친구 2명과 함께 워싱턴주 쉘튼 인근 산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가 추락사했다. 이듬해인 2021년 10월 오리건주에 사는 70대 한인 여성이 데슈츠에 위치한 트말로 크릭 계곡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숨진 한인 여성은 교인 3명과 함께 하이킹을 갔다가 15피트 제방에서 아래로 떨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 전문가들은 겨울산행은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등 기상변화가 심해 각별한 안전 수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전에 일기예보 내용을 숙지하고 날씨 변화가 예상되면 지체없이 하산해야 한다. 또 기온은 해발 100m가 높아질 때마다 섭씨 0.6도씩 낮아지며, 초속 1m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2도씩 낮아져 방한·방풍처리가 우수한 스톰파커를 준비하고 보온성 및 방수성이 좋은 등산화와 얼어버린 눈길에 대비해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경험 많은 리더를 포함해 최소 3명 이상 동행하고, 길을 잃었을 경우 그 자리에서 불을 피우고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아울러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