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90% “인플레 내려갈 것” 예상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비춰지고 있다. [로이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월가 금융기관 대다수가 1년 전 내놨던 올 한해 경제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내년 경제를 놓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지만, 올해의 사례에서 배워야 하는 교훈은 ‘예상 밖 의외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이 평가했다.
지난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9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준 물가 전망치의 3배 가까운 6.6%로 치솟아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또 지난해 12월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0.9% 안팎이었지만, 현재 기준금리 상단은 이미 4.5%까지 올라온 상태다.
또 올해 시장이 그저 그럴 것으로 봤던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빗나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대비 19.3% 떨어지고 채권가격도 폭락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의 1년을 보냈다.
WSJ은 올해 예상이 크게 빗나가면서 많은 기관이 불안감 속에 내년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기관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내년 상반기 0.75%포인트가량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후 상당 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미국 경제가 0.5% 성장하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각각 3.1%,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내년 경기후퇴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기관은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를 피해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번 달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약 90%에 달해 조사 실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기대에 따라 투자자들이 내년 시장 반등에 베팅하고 있으며, 펀드매니저들이 올해 낙폭이 컸던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미 국채금리는 4.321% 안팎을 나타내 1%를 밑돌았던 연초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최근 고점인 4.8% 수준보다는 내려온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는 또 내년에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 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을 꼽는 의견(37%)이 가장 많았다. 심각한 세계적 침체(20%),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기조 유지(16%), 지정학적 긴장 심화(12%), 시스템적 신용 문제(12%) 등을 꼽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이 내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임금 비중이 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 차단에 가장 집중할 것이며,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내년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경제전망이 빗나간 것과 관련해 베어링스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갸인 크리스토퍼 스마트는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갖고 내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