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구글·페북 광고 재개…보수 어젠다 주도권 잡기 나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사법 논란에 휘말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사이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차기 대권을 노린 잠룡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당내 도전자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한 모습이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서 여러 대선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 2024년 대선 예비경선 준비에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성적이 부진했던 데다 본인도 각종 구설과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며 당내 독보적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락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리틀 트럼프’ ‘뇌를 갖춘 트럼프’로 불려온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중간선거 당시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20%에 가까운 격차로 민주당 후보를 제치며 대선 경쟁력을 이미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내년 주 의회 회기를 앞두고 구글과 페이스북 광고를 다시 시작하며 전국적으로 보수 어젠다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WP는 “새 주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절대 다수 지위를 확보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낙태·개인정보·총기휴대권 등을 선도할 힘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주 의회를 통한 입법 등으로 보수 정책을 집행하면서 개인적 인기에 의존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역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간을 출간한 펜스 전 부통령은 내년 1월 15일부터 ‘북투어’를 재개하고 주요 지역을 방문하며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책사’였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각 주 참모들에게 손을 내밀며 대선 경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 “그는 왜 자신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미국인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검사 출신인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 우월론자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가의 리더가 인종주의자 또는 반유대주의자와 만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며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도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등 공화당 내에서 10여 명의 후보가 차기 대선 경선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들끓는 공화당의 분위기와 달리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