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1년 전보다 17% 싸…스포츠 티켓도 7.2% ↓
지난 13일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는 연방 노동부의 발표에 당일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에 그친 미국 소비자 물가가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에 따른 반응이다. 그런 기대감은 모든 것들이 다 오른 상황에서도 가격이 떨어진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욱 커진다. ‘40여년 만의 물가 폭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고물가 시대에서 가격이 하락한 것들이 공존한다는 것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는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나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로 위안 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의 가격이 떨어진 것일까?
26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TV와 스포츠 입장권 등은 반대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고물가 속에 가격 하락이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TV의 가격은 하락세는 지난 3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1월에는 전년에 비해 17%나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TV 가격의 상승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는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더해지면서 TV 구매 수요가 위축되자 TV 생산판매업체들이 할인 판매에 나선 까닭이다.
스포츠 입장권 가격도 11월을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7.2%나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스포츠 입장권 평균 가격에서도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렌트비도 올해 가격 하락 품목 중 하나다. 차량 렌트비는 지난해 5월 전년 대비 2배 넘게 급등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했던 탓이다. 차량 렌트비는 올해 5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11월에 들어서는 전년 대비 6%나 감소했다. 하지만 2019년과 비교해선 40%나 크게 오른 상태여서 차량 렌트비의 안정화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가격이 하락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가는 것은 모든 것이 다 오른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9.1%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부터 상승률이 꺾이면서 11월 물가 지수는 7.1% 오르는 데 그쳤다. 하락세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위 ‘보복 소비’에 따른 수요 급증에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식료품 가격으로 전년에 비해 13.5%나 상승하면서 197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