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구입 급증… 외식용·백화점·데빗카드 순
한인 박모씨는 올해 연말 선물로 아마존 기프트카드를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해까지 선물 구입으로 700달러 정도 사용했던 박씨는 모든 물가가 다 오른 상황에서 선물 구입비를 더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정해진 예산에서 가장 실속 있는 선물이 기프트카드라고 생각해 25달러짜리 아마존 기프트카드를 30장 구매했다”며 “금액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선물 구입으로 과다하게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받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기프트카드가 그 어느 해보다 연말 선물로 인기를 모으며 크게 부상하고 있다. 정해진 금액의 기프트카드를 구입하면 고물가에 의한 과소비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받는 사람에겐 필요에 따라 사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기프트카드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22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일정 금액 한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가 고물가 시기에 연말 선물로 각광을 받으면서 과거에는 ‘성의 없는 선물’에서 ‘실속 있는 선물’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이트가 지난 9월 5,000명을 대상으로 연말 선물 관련 정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연말 선물로 기프트카드 구입을 위해 7%의 경비를 더 쓰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다른 선물 아이템의 구입 비용이 전년에 비해 모두 줄어든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결과다. 그만큼 선물용으로 기프트카드를 선호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올해 연말 선물로 기프트카드를 선택했다는 한인 이모씨는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유행하는 상황에서 선물을 사러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선물 포장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 올해엔 연말 선물로 기프트카드를 온라인으로 구입했다”고 했다.
전미소매협회(NRF)가 미국 소비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11월 설문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프트카드로 외식용 기프트카드가 27%로 가장 높았고, 백화점용 기프트카드가 26%, 은행 발행 기프트카드가 25%로 뒤를 이었고 음식배달용 기프트카드도 10%의 선호도를 보였다.
기프트카드가 연말 선물로 부상한 데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물가가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외식비는 2020년 이후 18%나 상승했고 선물 포장을 위한 문구류 구입비도 전년에 비해 14%나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선물을 받는 사람의 성향과 맞지 않은 선물을 줘 서로가 입장이 난처해지는 상황을 기프트카드로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프트카드가 연말 선물로 부상하는 상황은 관련 업계에게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NRF에 따르면 기프트카드 관련 매출은 올해 28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81억달러에 비해 5억달러가 증가한 전망치다.
기프트카드의 부상에 따른 수혜에서 한인 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한인 업계에 따르면 추수감사절과 연말까지 이어지는 11월~12월 두 달 동안 일반적으로 1년치 상품권의 약 70%가 판매되고 있다. 마켓, 샤핑센터, 생활용품점, 화장품 전문점, 양복점, 심지어 성형외과 등 많은 한인 업소들은 적게는 10달러부터 많게는 수천 달러까지 기프트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대부분 종이 상품권 또는 플라스틱 카드 형태로 판매되며 정해진 금액이 아닌 원하는 액수만큼 자유롭게 발행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