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농무부 발표, 작년 대비 14% 증가
올해 필수품 등 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미국 농업인들의 소득이 크게 상승해 49년만에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이 22일 전했다.
WSJ는 최근 발표된 연방 농무부(USDA)의 전망치를 인용해 올해 미국의 순농가소득(net farm income)이 1,605억 달러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14% 증가에 해당한다. USDA가 정의하는 순농가소득은 농장 운영자들이 노동·경영·자본을 투입해 올린 현금·비현금을 망라한 총 수익에서 생산 비용을 뺀 것으로, 농업 정책 수립을 위한 주요 통계치로 활용된다.
이 전망치대로라면 올해 미국 농가 소득은 물가상승을 감안한 조정치로 따져 1973년 이래 최고 수준이 된다. USDA는 옥수수, 콩, 밀 등 곡물 판매에 따른 현금 수입이 지난해 대비 19% 증가하고 동물과 축산물에 따른 수입이 31%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농가 소득이 늘어난 것은 밀·옥수수 등 농작물과 우유·육류에 이르는 다양한 농·축산물의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USDA의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2월 주요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데다가 일부 농업 지역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 소출이 감소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쳐 곡물 가격이 뛰었다. 또 사료 등의 가격 상승 탓에 소 사육 두수가 줄면서 소 가격도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농부, 목장주, 농업 기업 등은 보기 드문 호시절을 누리게 됐다. 최근 10년간은 농업인들과 이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농업 침체로 고통을 겪어 왔으나, 급격히 상황이 호전된 것이다.
농·축산물 가격이 뛰면서 미국 가정의 식료품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WSJ가 인용한 연방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장바구니 물가는 12개월 전보다 12% 상승했다. 곡물과 제빵·제과 제품군, 유제품과 관련 제품군은 각각 16% 넘게 가격이 올랐으며, 다른 주요 식품·식재료 제품군은 적게는 7%, 많게는 14% 뛰었다.
미국 농업인들의 소득이 늘면서 곡물 종자, 비료, 농기계 등을 판매하는 농업 기업들은 횡재를 만났으며 농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고 WSJ는 전했다 USDA 통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곡물 생산 농지 평균 가격은 에이커당 5,050달러으로, 지난해보다 14% 올랐다. 아이오와주립대에 따르면 핵심 곡창 지대인 아이오와의 농지 평균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에이커당 1만1,400달러로 치솟았다.
내년에도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농업인들과 농업 기업들에게는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종자와 살충제를 농가에 공급하는 기업 ‘코르테바’의 코척 매그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전화회의에서 “재고는 적고, 추세선보다 소출이 적으며, 곡물 가격은 높다”며 “2023년 농업 경제의 여건이 매우 좋다”고 전망했다.
코르테바의 경쟁 업체인 ‘바이엘애그’는 올해 들어 첫 9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비료 대기업인 뉴트리엔과 모자이크는 같은 기간에 매출이 각각 48%, 72% 성장했다고 밝혔다. 농장용 트랙터와 곡물 수확기를 판매하는 이 분야 세계 최대 기업 존디어는 올해 10월 30일로 마감된 2022 회계연도 기준 순수익과 매출이 그 전년 회계연도보다 약 20% 증가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런 주요 농업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적은 곳은 5%, 많은 곳은 27% 올랐다. 같은 기간에 S&P 500 지수는 20% 떨어졌다. 다만 비료, 살충제 등의 비용 증가로 인해 내년의 농업인 소득이 올해 수준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리노이주 메이플파크 근방에서 남편 마이크 등 가족과 함께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육우를 사육하는 린 마츠는 올해 기록적 옥수수 수확을 거뒀다며 “우리는 꽤 운이 좋았다”고 WSJ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일부 농업인들은 날씨가 좋지 않아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질소비료 구입비가 올해보다 59% 오르고 살충제 가격은 5∼10% 오를 것 같다며 “(2023년 내 가족의 농사 소득이) 2022년만큼 좋을 리는 없다”며 “(올해 작황과 소득이) 정말 끝내주게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