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끝없는 추락’ 수직낙하에도…”아직 싼 값 아냐”
지난 2년간 기술주 강세장을 견인했던 테슬라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4월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후로 주가가 반 토막도 안 되게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기업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26% 상승한 와중에 테슬라 주가는 전날 대비 6.3% 하락한 167.82달러로 장을 마감해 시가총액이 5,25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0월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합류한 지 일 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1.6% 상승하는 동안 2배가 넘는 45.2%나 주가가 날아올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반 토막이 났지만 아직 싼값은 아니다”라며 “트위터 인수로 불거진 경영자 머스크의 주의 분산과 채무 부담, 정치적 논란 등이 테슬라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WSJ의 지적대로 올 들어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된 요인은 ‘머스크 리스크’다. 트위터 인수 이후 머스크의 모든 행보가 테슬라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 추락의 시작은 올 4월 4일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9.2%(7,348만 주)를 보유하는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소식이었다. 애초에 그가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전격 인수하겠다는 머스크의 발표에 시장은 요동쳤다. 4월 4일 1145.46달러를 기록했던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빠진 뒤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트위터 인수 의사 철회와 트위터 측의 인수 강제 소송, 머스크의 철회 번복이라는 일련의 혼란스러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조짐이 불거지고 기업들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인수 대금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점이 부각됐다. 여기에 돈줄이 마른 머스크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154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테슬라에서 트위터로 흘러들어간 것은 자금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구조 조정 과정에서 50여 명 이상의 테슬라 직원들을 차출해 트위터 정상화 과정에 투입했다. 실비오 브루가다 테슬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총괄을 비롯해 상당수가 테슬라 핵심 부서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부문 엔지니어들이다. CNBC는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트위터에 너무 많은 주의를 분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테슬라 주가 하락의 상당수 요인은 머스크”라고 분석했다.
CEO 리스크의 강력한 여파에 8월에 시행된 액면분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가 목표 주가를 360달러로 설정했지만 테슬라 주가는 이후로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2020년 8월 당시 5 대 1 주식분할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꺼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 성장성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중국 수요 침체의 타격이 크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낮추고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중국 지방정부의 전기차 인센티브가 곧 종료되면서 인센티브발 매출 진작 효과도 사실상 끝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줄이고 해당 공장의 직원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주가 추락은 전체 우선주의 14.11%를 보유하는 머스크 자신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이날 현재 머스크의 순자산은 전날 대비 3.9% 줄어든 1813억 달러로 집계돼 순자산 1862억 달러를 기록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에게 ‘세계 1위 부자’ 지위를 내줬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