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 특파원 리포트
이번 주 월가는 굵직한 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몰리며 들썩거릴 전망이다. 13일 FOMC 개막과 함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이튿날에는 기준금리 발표와 향후 경제전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까지 이어진다. 주 후반에는 경기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돼 물가, 통화 정책, 정책에 따른 경기의 흐름까지 모두 한 주에 드러나는 주간이다.
단연 핵심은 CPI와 FOMC인데, 월가에서는 13일 발표되는 11월 CPI에 따라 이튿날 FOMC에서 연준의 경제전망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강도, 2월 금리 인상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트웨스트마켓의 존 브리그스는 “CPI 수치는 기자회견 장에서 파월 의장이 얼마나 매파적일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CPI가 높다면 파월 의장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슈왑은 나아가 “CPI가 기대치를 초과한다면 주식은 물론 원자재와 금리 관련 시장이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 지수 이상을 본다”고 말했다. 이번 CPI 수치가 인플레이션 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주 시작과 함께 시장을 실망시킨 수치는 국제구매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 지수였다. 월가가 52.5를 전망한 반면 실제로는 56.5가 나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임금이 식지 않아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데, 서비스업 경기마저 받쳐주면 서비스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요인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ISM 서비스업지수 세부 지표 중 고용지수는 10월 49.1로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11월 들어 다시 51.5로 올라갔다. 고용이 늘고 활발해졌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에서 마지막 꼬인 매듭은 임금인데, 지난주 발표된 3분기 단위 노동 비용 및 생산성 수치는 3분기 임금이 완화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단위 노동 비용은 기업이 한 단위의 산출물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숫자가 크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고, 적으면 물가하락의 요인이 된다. 지난 1년간 단위노동비용은 5.3% 증가해 2019년 평균 속도의 세배를 기록했는데, 3분기는 연율 2.4% 늘며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느린 성장 속도를 기록했다.
이에 이번주 CPI 지수는 이같은 임금과 이에 따른 서비스 지수에 대한 우려의 연장선에서 서비스 부문의 물가 하락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웰스파고는 “서비스 부문의 강세는 상품 부문의 물가 하락분을 상쇄한 것은 물론 연준이 인플레이션 전망에 있어 계속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도록 하는 요인”이고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주 11월 CPI 지수는 전년 대비 7.3%, 전월 대비 0.3% 상승해 전월의 7.7%, 0.4%에서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중 근원 서비스 물가는 전월에 전년대비 6.7%, 전월대비 0.5% 상승했는데, 시장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보다는 하락하는 수치가 나와야 해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주거를 제외한 서비스 분야에서 하락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서비스 수요도 뜨겁고 임금 상승세도 여러 지표에서 볼 때 5%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상품 물가 하락 추세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10월 근원 상품 물가는 전월대비 0.4% 하락했는데, 11월 들어 다시 상승한다면 상품 마저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FOMC에서는 0.5%포인트가 유력한 12월 금리 인상폭보다 점도표에서 최종금리가 어느 수준에 찍힐지가 더욱 관심이다. 블룸버그가 시행한 이코노미스트 44명 대상 설문에서는 최종금리 전망 중위값이 5.0%다. 12월 0.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이 4.5%가 된 후 2월 0.25% 포인트 인상, 3월에 다시 0.25%포인트를 올려 5%에 도달한다는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내년 말까지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특히 이 설문에서는 12월 FOMC에서 나오는 메시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의 메시지는 “누적되는 긴축의 지연효과를 고려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끌어내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었다.
파월의 기자회견에서 내년 첫 FOMC인 2월 인상폭에 대한 힌트를 줄지도 관심사다. 이 대목은 FOMC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의 요인 중 어느 항목에 초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WSJ는 “일부 위원들은 채용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2월에 또다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며 “반면 공급 병목현상과 과열된 주택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한다고 보는 위원들은 상황이 완화됨에 따라 2월 베이비스텝(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