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가 7월 이후 하향세, 재고 늘어 중고차도 하락 “내년 차 시장 침체 전망”
지난 7일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의 뉴욕 증시 주가가 전장 보다 35%나 폭락한 4.35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중고차 판매업계의 ‘아마존’이라 불리고 있는 카바나의 주가는 지난해 8월 360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초에만 해도 230달러를 웃돌았지만 이제 주당 4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카바나는 자구책으로 지난 5월 전체 인력의 12%인 2,5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총 인력의 8%인 1,500여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카바나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 전망치도 1달러로 떨어졌다.
카바나의 감원과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한 차량 구매 수요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올 한해 ‘역대급 특수’를 누렸던 미국 자동차 시장이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량 구매 수요가 탄탄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거시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고금리까지 더해져 차량 구매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뉴저지주에서 현대와 제네시스 딜러십을 운영하고 있는 피터 란차베키아 대표는 “지난 6~9개월 동안 차량 구매 수요가 치솟으면서 신차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구매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내년 시장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 정보 업체인 콕스 오토모티브가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7일까지 전국 자동차 딜러 대표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내년도 자동차 판매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수가 2017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대한 근거로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꼽혔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차량 구매 감소 우려를 표명한 딜러는 1년 전 3%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늘어나 차량 판매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경기 침체 신호는 차량 가격의 하락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10월 승용차나 트럭을 사는 데 지불한 평균 가격은 4만5,600달러, 11월은 4만5,872달러로 올해 7월에 역대 최고치 4만6,173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고차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만하임 지수도 지난 11월 14% 하락하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중고차 도매가격도 15.6% 하락해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WSJ는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사는 순환 사이클이 깨지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딜러가 보유한 차량 재고는 160만대로 1년 전보다 57% 늘었다.
하지만 신차 재고는 여전히 구매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차량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력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도 차량 구매 수요를 감소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