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과정은 복잡하고 때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는다. 이런 고생을 보상받기 위해 주택 구입 직후 새 가구나 새 가전제품을 구입에 나서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성급하게 구입한 제품이 얼마 쓰지도 않아‘눈엣가시’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일부 제품은 고가인데다 처분도 쉽지 않아 볼 때마다 짜증을 유발한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고우뱅킹레잇이 주택 소유주가 흔히 구입을 후회하는 주택 관련 제품을 모아봤다.
새집 매매 뒤 가구 구입 서두르면 반드시 후회
당장 필요하고 자주 사용할 물건부터
◇ 집안에 평균 30만 개 넘는 물건
LA 타임스의 2014년 보도에 의하면 집안에 평균 30만 개가 넘는 물건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야 하는 집에 ‘만물상’보다 많은 물건이 있다는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아이들 장난감에서부터 종이 클립, 다리미, 여러 옷가지 등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숫자의 물건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중 1년에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물건은 과연 몇 개나 될까?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물건으로 볼 수 있다.
자주 사용할 생각으로 비싸게 구입했는데 몇 번 쓰고 창고에 처박아 둔다면 괜히 샀다는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온라인 쇼핑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클릭 한 번으로 주택 관련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충동구매로 집을 창고로 만들지 않으려면 클릭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신중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마당 놀이 기구
넓은 정원을 가진 집이 로망인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널찍한 뒷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상상을 하면 내 집 마련에 나선다. 넓은 마당이 딸린 집을 구입한 뒤 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 그네 등의 시설이 갖춰진 놀이 기구부터 마련하는 가정이 흔하다. 그런데 대부분 경우 마당 놀이 기구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뒷마당 놀이 기구는 흉물로 변하기 쉽다. 뒷마당 놀이 기구의 가격은 시중에서 대략 5,000달러~1만 5,000달러까지 한다. 그런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녹슬기 쉽고 강풍으로 넘어지는 사고나 흔히 발생한다. 부동산 에이전트에 따르면 구입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되파는 주택 소유주가 많지만 운송이 힘들어 처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 지상 수영장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로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수영장이 있는 집을 사서 아이들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여름철이 긴 남가주의 경우 수영장이 딸린 집이 많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뒷마당에 수영장을 지으려면 비용이 수만 달러를 웃돌아 쉽게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드는 수영장 설치 대신 ‘지상 수영장’(Above Ground Pool) 구입을 대안으로 삼기도 한다.
지상 수영장은 시중에서 약 2,000달러(32피트X 16피트)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고 설치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지상 수영장도 뒷마당 놀이 기구처럼 아이들이 금세 흥미를 잃는 주택 아이템이다. 또 여름철만 사용하는 아이템이라서 추운 지역은 매년 겨울이 찾아오기 전 정리 대상 1순위가 바로 지상 수영장이다. 지상 수영장은 사용 횟수에 비해 관리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을 후회하는 주택 소유주를 쉽게 볼 수 있다.
◇ 저렴한 제품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제품이 오래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반대로 가장 좋은 물건은 가격과 상관없이 다시 구입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힘들게 내 집을 마련하면 당장 구입이 필요한 물건이 많다. 그런데 주택 구입에 이미 큰 비용을 지출한 뒤라 필요한 물건 구입에 쓸 돈이 부족하기 쉽다. 일단 집을 채우자는 생각에 가격이 싼 제품에 눈을 돌렸다가 후회하는 주택 소유주가 많다. 성능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건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주디 커트너 부동산 에이전트는 “장기적인 주택 가치 보존을 위해서 고급 제품으로 집을 꾸미는 것이 좋다”라며 “질이 낮은 제품을 구입하면 자주 고장 나기 때문에 교체로 인한 비용이 더 들게 된다”라고 조언한다. 커트너 에이전트는 한번 설치하면 오래 사용해야 하고 교체가 쉽지 않은 바닥재나 출입문 등을 고를 때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고 전한다.
◇ 맞지 않는 가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집을 새로 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새 가구를 들여놓는 일이다. 새집 디자인과 크기에 맞는 가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급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는 가구나 너무 큰 가구를 샀다가 후회하는 주택 소유주가 의외로 많다.
새집과 맞지 않는 가구를 구입했다가 반품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흔하다. 비싸게 산 가구를 반품하거나 다시 파는 일을 피하려면 우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실내 각 공간의 크기를 정확히 재고 차분히 디자인 계획을 세운 뒤 가구 쇼핑에 나서는 것이 좋다.
◇ 고급 가전 제품
가전제품의 진화가 끝이 없다. 인터넷 기능이 장착된 가전제품이 이제 흔하고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도록 창문이 딸린 냉장고도 출시됐다. 이런 고급 가전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수천 달러나 비싸고 일부 제품은 1만 달러가 넘기도 한다. 그러나 기능이 아무리 뛰어난 고급 제품도 수명은 일반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 식당 주방처럼 꾸미는 트렌드가 인기다. 고급 주방용 가전제품 역시 일반 제품의 수명과 비슷해서 수명이 다 하면 교체비 부담만 높아진다. 젊은 층 주택 구입자나 첫 주택 구입자 사이에서 고가 가전 제품을 구입했다가 후회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 잡다한 주방용품
요리가 취미 생활인 경우 각종 주방용품이 필수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여러 개 구입했다가 보관이나 관리에 골머리를 앓기 쉽다.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메이커, 통닭구이용 오븐, 파스타 메이커, ‘써모믹스’(Thermomix) 등이 있다. 잡다한 주방용품이 주방 캐비닛에 가득하면 정작 필요한 주방용품 보관에 애를 먹게 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