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은‘세계 척추의 날’이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척수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척추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는 여러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척추는 퇴행성 변화가 매우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디스크뿐만 아니라 근육ㆍ인대ㆍ뼈ㆍ후방 관절 등에서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척추관협착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15년 146만 명에서 2020년에는 173만 명으로 5년 새 28만 명이 늘었다.
구성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주로 다리로 가는 신경이 압박돼 다리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고 병이 진행될수록 걷기가 힘들어지며 심하면 대소변을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주로 ‘자전거를 타면 안 아픈데 서거나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힘들다’ ‘100m 거리도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한다’ ‘계단을 올라가는 건 괜찮은데 내려올 때 아프다’ ‘허리를 굽히고 앉아서 쉬면 통증이 사라진다’ 같은 일상 속 고통을 호소한다.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며,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 외에도 다리가 점점 마비되는 것처럼 감각이 무디어지고 둔해지며 다리를 옮기기 어려워진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기므로 허리 디스크 증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누워 있거나 쉬면 통증이 없어지지만 일어나 걷다 보면 엉덩이와 다리가 당기고 저리는 통증이 생긴다. 또한 서 있거나 걸을 때, 척추를 똑바로 펴고 있을 때 통증이 생기기에 잠잘 때도 바로 누워 자지 못하고 웅크리고 자게 된다.
‘꼬부랑 노인병’으로 불리는 척추관협착증은 몸을 바로 세울 때 비대해진 인대나 관절, 가시 뼈들이 수평으로 척추관을 압박하므로 반대로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줄어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래 걷거나 무리했을 때 통증이 나타나다가 쉬면 괜찮아지는 정도라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걷기 힘든 정도라면 치료해야 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걷기도 잘하지 못하는데 방치하다간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신경 압박은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되고, 한곳에서만 발생하기보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방하려면 올바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붙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허리 근육을 풀어준다.
평소 허리를 비틀거나 구부리는 동작은 삼가고 무거운 물건은 되도록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허리 보조기나 복대 사용은 일시적으로 허리 통증 증상을 줄여줄 수 있지만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허리 근육이 약해져 병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척추관 협착이 심하지 않으면 시술을 많이 받는데 가장 흔한 시술은 ‘풍선 확장 신경 성형술’이다. 이 시술은 국소마취 후 꼬리뼈 쪽으로 풍선이 달린 특수 카테터를 협착이 있는 부위에 삽입하면 풍선이 부풀려지면서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고 유착을 풀어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다. 통증 부위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므로 통증 개선 효과가 커 척추관협착증뿐만 아니라 디스크ㆍ전방전위증 등 대부분의 척추 질환에 시행되고 있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원장은 “시술은 기본적으로 효과가 한정돼 극심한 척추관협착증이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수술할 수 없는 다른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수술은 비수술적 치료를 최소한 6주에서 석 달 이상 하고도 증상이 없을 때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시술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마비 증상, 감각 이상이 지속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내시경으로 손상 부위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유착 방지제 등 약물을 투여하고, 레이저로 염증ㆍ부종을 제거해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방법이나 나사못으로 척추를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 등으로 치료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