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 30% “당보다 트럼프 좋아”
트럼프 퇴출 시 공화당 지지층 붕괴
미국 중간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거 패배가 자질 미달 후보들을 내세운 트럼프 책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그렇다고 트럼프를 퇴출하면 공화당 지지기반이 아예 무너질 수도 있는 탓이다. 공화당이 선거 뒷수습에 정신없는 사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트럼프는 차기 대선을 향한 스타트를 벌써 끊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만 “공화당이 트럼프에게서 벗어나길 바란다면 당내에 트럼프 지지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새로운 리더십에 설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트럼프의 선거 성적표는 초라하다. 재임 중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에선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고, 2020년 대선에선 연임이 좌절됐다. 이번에도 하원만 간신히 확보했을 뿐 상원 장악에는 실패했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는 “3스트라이크(삼진)이면 아웃이 돼야 한다”며 “나는 지는 데 지쳤다. 지는 것이 트럼프가 한 일의 전부”라고 일갈했다.
트럼프를 앞세우고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당내 중도파 그룹인 ‘공화당주류연합’ 사라 챔벌레인 의장은 “트럼프와 관련해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반기를 들었다.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 당선자도 “2024년에는 공화당이 트럼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이 본질적으로 ‘트럼프당’이라는 사실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2년째 늘어놓고 있는데도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NYT는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 “공화당 유권자 30~40%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달 시에나대학 조사에선 공화당원 54%가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심지어 NBC뉴스 조사에선 공화당원 30%가 “당보다 트럼프를 더 지지한다”고 답한다.
자금 동원력도 막강하다. 선거를 코앞에 둔 올해 3분기 온라인을 통해 트럼프가 모금한 정치자금은 2,500만 달러(약 328억 원)로, 공화당 기부 사이트에 모인 돈의 15%를 차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퇴임 후 2년간 받은 기부금 총액은 1억3,000만 달러(약 1,708억 원)에 달한다. 공화당이 트럼프를 손절하려면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돈줄이 끊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CNN방송은 “공화당은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파악하고 향후 진로를 고민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대선에 출마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다”며 “트럼프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