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원 넘더니 1,310원대까지…‘기형적’ 급락세
원·달러 환율이 약 1주일 만에 무려 100원 가까이 떨어지며 이례적인 급추락을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1,400원을 훌쩍 넘으면서 연말 1,500원대 진입 전망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다시 1,200원대 하강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환경이 급변하며 급격한 롤러코스터 양샹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1,440원 위로 치솟았던 환율이 단숨에 1,31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그동안 고환율에 신음하던 미국 내 유학생과 주재원 등은 다소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된 만면, 환율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한인 무역·관광업계는 환율 급등락 속에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마나 떨어졌나
서울 외환시장에서 14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4원이 더 내린 1,316원에 개장해 1,315원에서 1,320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거래되고 있다. 이날 개장초 장중 최저가는 14일 오전 9시12분(LA시간 13일 오후 4시12분) 현재 1,315.50원까지 기록했다.
전 거래일인 11일 지난주 금요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무려 59.1원이나 폭락하며 1,318.4원에 마감했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1월 6일(64.8원 상승) 이후 일일 변동폭 기준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종가인 1,424.3원과 비교해보면 단 2주일 새 106원 이상이 내려간 셈이다.
■배경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유독 빠르게 올라간 것은 그동안 많이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7% 상승으로 예상치(7.9%)보다 낮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해소 기대감에 시장에서는 증시가 급등했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는 급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여파로 그동안 강달러에 눌려 있었던 세계 주요국 통화들의 가치가 올랐는데 원화가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특히 원화는 미국 대비 낮은 한국의 기준 금리 탓에 약세가 심한 상황이었는데 환경이 바뀌자 반대로 가치가 빠르게 올랐다.
원화의 강세는 글로벌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봐도 이례적이다. 유럽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화폐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월 들어 2.8% 하락했다. 이는 달러가 이 기간 2.8% 약세를 기록했음을 의미한다. 통화별로 살펴보면 11월 들어 엔화는 4.4% 가치가 올랐고 스위스 프랑은 3.4%, 호주 달러 3.3% 유럽 유로화 2.8%, 영국 파운드화 1% 각각 절상됐다. 그런데 이 기간 원화는 약 8% 가치가 오르면 주요국 통화 대비 매우 높은 가치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망은
현재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약달러 전망이 많지만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가 나올 때마다 달러화의 약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등 달러 강세 요인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달러의 추세를 전환시키는 것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아닌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가능성”이라면서 “연말까지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며 내년 1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가치가 정상화되려면 물가 안정 시그널 보다 장기적인 연준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경의 급변은 한인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귀국하는 한인 여행객들의 부담은 커졌고 주재원·유학생들은 환전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특히 환율과 민감한 한인 무역·관광업계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출렁거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시장에 대한 긴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