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자율이 드디어 7%대를 넘었다. 9월 중 재판매 주택 거래는 전달 대비 1.5%나 감소했다. 9월 매매된 재판매 주택은 연율 환산 약 471만 채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저조한 거래량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잘 나가던 주택 시장의 현주소다. 전국 곳곳의 주택 시장에서 이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지난 10년간 강한 회복세를 이어간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내년 주택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향할까?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에게 모기지 이자율, 주택 가격, 주택 거래와 관련된 내년 주택 시장 동향을 물어봤다.
고금리에 주택 거래 내년까지 하락세
7%대 진입한 모기지 8% 돌파도 시간 문제
◇ 이자율 8% 넘는다
모기지 이자율은 올 초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연방 준비 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결과다.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시장은 일시에 얼어붙었다. 주택 시장이 이자율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향후 이자율 전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오를 대로 오른 이자율이 올해 안에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내년에도 이자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뉴욕 시티 유니버시티 데니스 셔시코프 경제재정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지속과 높은 금리, 경기 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이자율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단기 투자 위험이 커 15년 만기 이자율이 30년 만기 이자율을 따라잡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셔시코프 교수는 내년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평균 8.75%를 기록하고 15년 만기 이자율은 이에 근접한 평균 8.2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이턴 대학 로버트 존슨 재정학과 교수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존슨 교수는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Fed가 내년 말까지 기준 금리를 지금보다 1.75%~2% 포인트 더 인상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며 “이에 따라 30년 만기 이자율과 15년 만기 이자율이 내년 중 각각 약 8.5%와 약 7.7%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 인플레 진정되면 이자율 떨어질 수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경우 내년 이자율이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애톰데이터솔루션스 릭 샤가 부대표는 30년 만기 이자율과 15년 만기 이자율이 내년 초 각각 8%, 7.25%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년 말까지 각각 6%와 5.2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악 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나디아 에반젤로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3가지 이자율 시나리오를 내놨다. ▶시나리오#1: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Fed가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모기지 이자율도 상승 압력을 받아 8.5%대에 근접할 수 있다. ▶시나리오#2: 다행히 Fed의 기준 금리 인상의 결과로 소비자 물가 지수가 하락할 경우 내년 중 모기지 이자율은 7%~7.5%대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시나리오#3: Fed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모기지 이자율이 5%대로 하락 가능하다.
◇ 주택 거래 감소 불가피
재판매 주택 거래가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이자율 상승과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모기지 이자율에 따라 내년 주택 거래가 좌우될 전망이지만 위축된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반젤로우 이코노미스트는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구체적인 주택 거래량 감소 폭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이자율이 8.5%까지 급등할 경우 내년 주택 거래는 지금보다 10% 이상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가 안정되고 이자율이 현재의 7%대에서 더 오르지 않게 되면 주택 거래 감소폭은 7%~8%에 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나리오#3의 예측대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이자율이 5%대로 떨어지더라도 주택 거래량은 올해보다 15%이상 급락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오르고 가구 소득이 감소하면 이자율과 상관없이 주택 수요가 더욱 얼어붙기 때문이다. 에반젤로우 이코노미스트는 어찌 됐든 내년에도 주택 거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샤가 부대표는 “집이 안 팔리면서 매물 대기 기간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라며 “내년 집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이 30일 또는 그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셔시코프 교수 역시 내년 중 집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이 현재의 2~3배로 연장될 것으로 예측했다.
◇ 주택 가격 급락 없다
주택 거래 장기 감소세에 ‘콧대’ 높던 주택 가격이 드디어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 주택 가격은 8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내년 주택 가격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에반젤로우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택 가격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재고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에 머물거나 올해보다 약 1%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기 수요가 여전히 탄탄해 급격한 주택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다수다. 스캇 크린스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주택 가격 추이를 살피며 주택 시장 재진입 타이밍을 저울질 중인 수요가 많다”라며 “주택 가격 하락세가 멈추거나 반등할 경우 매수 심리가 곧바로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린스키 변호사는 고이자율에 영향받지 않는 현금 구매자 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은 구매자들 위주로 주택 구입 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 바이어스 마켓 기대 아직 일러
지난 2년간 사상 유례없는 셀러스 마켓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주택 시장이 냉각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바이어스 마켓 진입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하지만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에게 갑자기 넘어가는 것을 기대하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잇닷컴 애널리스트는 “주택 구매 부담 지수가 여전히 높고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점이 주택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주택 재고가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해 시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보다는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내년 주택 시장 상황을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