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투표 참여 큰 폭 증가… 공화, 일부 후보 당선에 고무
아시아계 ‘불만 파고들기 전략’… “분열·인종차별적 언어도 사용”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중요한 유권자층으로 부상한 아시아계 미국인에 공을 들이면서 인종 간 갈등을 조장하는 전략을 활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이 아시아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점점 더 많이 투표소를 찾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 2020년 대선에서 모든 인종의 투표율이 2016년 대선 보다 증가했는데 특히 아시아계의 투표율은 62%(2016년 48%)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대선 승부처인 조지아주에서는 아시아계 투표율이 2016년 대비 91%나 증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아시아계의 지지율은 바이든 63%, 트럼프 31%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시아계가 민주당과 더 가까워 보이지만 WP는 공화당이 갈수록 아시아계를 지지층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 대선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아시아계의 지지는 2016년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 45지구)과 영 김(캘리포니아 40지구) 의원이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도 공화당을 고무시켰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주민의 3분의 1이 아시아계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진보 성향의 교육위원과 범죄에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은 검찰을 소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이 아시아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용한 일부 전략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직 고문인 스테판 밀러가 이끄는 보수 비영리단체 '아메리카 퍼스트 리걸'은 캘리포니아 등지의 아시아계 유권자에게 좌파가 백인과 아시아계를 상대로 광범위한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단체는 '공정'은 특정 그룹을 일자리, 대학 입학, 정부 혜택에서 배제하기 위한 단어라는 주장도 했다. 소수인종 배려입학 등 흑인과 라틴계가 주로 혜택을 보는 제도에 대한 아시아계의 불만을 부추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런 전략에 대해 진보 성향의 단체인 '아시아계 미국인 파워 네트워크'의 나디아 벨킨 사무국장은 교육과 안전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메시지가 "아시아계 사회를 끌어당기고 있다"면서도 "공화당은 아시아계의 환심을 얻기 위해 매우 분열적이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의원의 선거 전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틸 의원은 민주당 경쟁자인 대만계 정치인 제이 첸 후보가 2010년 지역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자 수업' 프로그램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을 중국의 선전기관으로 간주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공화당 측이 유권자에게 발송한 한 메일은 첸 후보를 공산당 교사로 묘사하고 "제이 첸은 우리 아이들의 수업에 중국을 초청했다"고 주장했다.
교실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상징하는 움켜쥔 주먹과 흑인 아이를 동료 학생들 위로 올려세우고 '공정'이라고 적은 표지판도 있다.
아시아계 대표성을 위해 활동하는 초당파 단체인 '좋은 정부를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 정치행동위원회'는 최근 스틸 의원 측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해 "인종 간 혐오"와 "민족 간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미셸 박 스틸 의원과 영 김 의원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공화당은 범죄, 교육, 경제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 전략과 함께 후보 경쟁력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