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베이커 vs 캐나다 출신 톰슨 첫 우승 경쟁
2022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챔피언을 결정하는 118회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가 28일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막을 올린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를 제패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13년 만에 내셔널리그를 석권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대결은 여러 면에서 시선을 끈다.
이미 6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 리그 최강의 팀으로 입지를 굳힌 휴스턴은 2017년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얼룩진 첫 우승의 수모를 씻어내고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고서는 강호들을 모조리 꺾고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필라델피아는 1980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노린다.
▲승수 차가 무려 19…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격차
휴스턴은 올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106승(56패)을 거뒀고, 필라델피아는 포스트시즌에 오른 내셔널리그팀 중 최소인 87승(75패)에 그쳤다.
두 팀의 승차는 무려 19승으로, MLB닷컴은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팀의 승차로는 두 번째로 많다고 25일 소개했다.
지난 1906년 월드시리즈에서 대결한 시카고 컵스(116승)와 시카고 화이트삭스(93승)의 승차(23승)가 역대 가장 많다.
화이트삭스가 수치상 분명히 밀렸지만, 월드시리즈에서 4승 2패로 컵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필라델피아가 모델로 삼을 만하다.
▲휴스턴, 42년 만에 필라델피아에 설욕 별러
1980년 5전 3승제로 치러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휴스턴 스포츠 역사에 뼈아픈 결과로 남았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의 희비는 경기 종반에 완전히 엇갈렸다.
휴스턴에 2-5로 끌려가던 필라델피아가 8회초 역투하던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을 상대로 연속 3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고,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따라붙었다.
라이언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필라델피아는 내야 땅볼로 1점을 보태고 단타와 2타점 3루타로 3점을 더 얹어 8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7-5로 경기를 뒤집었다.
휴스턴도 8회말 2점을 추가해 7-7로 맞선 연장 10회초 필라델피아가 2사 후에 터진 게리 매덕스의 2루타로 결승점을 뽑아 8-7로 승리해 리그 왕좌에 올랐다. 필라델피아는 대역전의 기세를 몰아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축배를 들었다.
▲‘명장’ 베이커의 첫 우승 vs 톰슨, 캐나다 출신 감독 첫 우승
빅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 더스티 베이커(73) 휴스턴 감독이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지도 관심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어 2020년부터 휴스턴을 3년째 이끈 베이커 감독은 선수들이 존경하는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휴스턴 지휘봉을 잡자마자 ‘사인 훔치기’ 추문으로 크게 흔들린 팀을 하나로 묶어 이젠 의심할 수 없는 강팀의 반열에 올려뒀다.
빅리그 감독으로 재임한 25년간 통산 2천93승을 거둬 역대 통산 감독 승수 9위에 올랐지만, 베이커 감독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 2021년 휴스턴에서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올라 모두 쓴맛을 봤다.
압도적 전력으로 리그를 평정한 올해 세 번째 도전이 베이커 감독의 소망을 풀 적기다.
롭 톰슨(59) 필라델피아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도중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 힘 덕분인지 필라델피아는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를 파죽지세로 통과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역대 세 번째 빅리그 지휘봉을 잡은 톰슨 감독은 역시 자국 출신으로는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 감독이라는 역사를 썼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또 하나의 최초 이정표를 남긴다.
▲ ‘우승 청부사’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사장의 세 번째 WS 우승 도전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빅리그에서 손꼽히는 야구 행정가다.
단장을 거쳐 야구 운영부문 사장으로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마이애미 말린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팀을 맡은 지 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라 세 번째 우승 직전에 왔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돈을 쓸 줄 아는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거액을 들여 거물급 선수를 영입해 우승이 꼭 필요한 팀에 완벽한 결과를 안긴다.
현재 빅리그 야구 행정가 중 돔브로스키 사장보다 더 많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이로는 뉴욕 양키스 단장으로 24년째 재임 중인 브라이언 캐슈먼이 있다. 그는 1998∼2000년, 2009년 등 4번 우승 반지를 끼었다.
시어 엡스타인 전 보스턴 단장·컵스 사장, 브라이언 세이비언 전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3번씩 월드시리즈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