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바이러스는 암세포에 침투해 증식하며 암세포를 파괴한다. 암세포가 용해되면서 생기는 항원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사멸시킨다.
종양 살상과 면역 증진 효과를 인정받지만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은 티벡(T-VEC)이 유일하다. 이렇게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종양으로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단독으로 주사하면 바이러스가 혈액 중화항체 등에 막히고 간·폐로 흡착돼 종양 전달률은 0.001~0.01%에 그친다. 또 중배엽줄기세포에 태우면 다량의 중배엽 줄기세포가 종양뿐만 아니라 폐에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운반체가 개발됐다. 송재진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와 최혜진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항암바이러스 암세포로만 신속 정확하게 겨냥하는 능력을 기존 운반체보다 최대 100배 개선한 전달체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유전자 세포 치료학회 공식 저널(Molecular Therapy Oncolyt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운반체를 만들고 마우스 모델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
먼저 기존 중배엽 줄기세포 운반체에 유전자 3가지를 주입해 바이러스가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바이러스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종양으로만 공격하는 능력을 높였다.
연구팀은 전달체 효과를 확인하는 마우스 실험을 이어갔다. 종양을 유발한 마우스에 발광 효소를 넣은 운반체를 주입했다. 바이러스 전달량은 10% 이상으로 추정됐고 종양 이동 시간은 6시간 이내로 빨랐다.
바이러스만 주입했을 때와 기존 중배엽 줄기세포를 이용했을 때보다 각각 최대 1만배, 100배 수준으로 종양 전달량이 증가한 수치였다. 또 종양을 제외한 다른 장기에서는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송재진 교수는 “기존 항암바이러스 효능과 안전성 모두 개선한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마련했다. 기술 이전을 통해 실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최혜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운반체를 통해 전이암 등 난치성 암치료에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