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한국 커피 소비 세계 3위, 1인당 소비량 하루 2잔 꼴
맛·향기 좋고 각성효과… 커피 즐기면 심장질환 적어
확대 해석해 맞지도 않는데 보약처럼 먹을 필요는 없어
한국은 세계 3위 커피 소비국이며 한 해 커피 수입액은 자그마치 1조 원이 넘는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년에 512잔이니 하루 2잔 가까이 마신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도 많으니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이 마실 것이다.
왜 사람들은 커피를 그리 즐길까?
바로 커피가 갖는 각성 효과 때문이다. 맛과 향기가 좋고 정신을 맑게 해 집중력을 높이고 운동할 때 지구력을 높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미나실이나 공부방 역할까지 하는 새로운 카페 문화, 또 출근길에 한잔 커피를 들고 가는 멋도 역할을 한다.
그러나 커피의 이뇨 효과로 인한 탈수가 걱정되고 수면에 지장을 주며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니 과연 커피는 심장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하다. 커피 역사가 길고 애호가가 많아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고 지금도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결론은 대체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 심장 질환이 적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나아가 커피 애호가가 사망률이 낮다는 극적인 데이터도 발표되고 있으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미국심장학회지(Circulation)에 ‘오랜 커피 사용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란 제목으로 발표된 연구에서 커피 소모량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심부전, 심혈관계 사망)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간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를 모아 정리한 메타 분석으로 더 신뢰도가 높다.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잔 수와 심혈관 질환 위험도 관계를 살펴본 결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마시는 사람의 상대적 위험도가 낮았다. 신기하게도 1잔에서 커피 잔 수가 늘어나며 위험도가 줄어 4잔에서 가장 낮다가 이후 약간씩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커피 애호가에게 더욱 반가운 내용은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2012년 발표되었다. 미국에서 50세에서 71세 사이의 23만 명의 남자와 17만 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커피와 사망과의 관계를 관찰했다.
13년간 추적한 결과, 커피 소모량과 사망 간에 역관계가 보였다. 즉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더 오래 살더라는 이야기이다. 사망원인별로 관찰해도 심장병, 호흡기 질환, 뇌졸중, 사고, 당뇨병,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모두 적었다.
올해 9월 유럽심장예방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커피 종류에 따라 심장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44만9,56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루 커피 소모량과 커피 유형을 연구했고 12년간 추적해 커피의 심장 건강상 이점을 다시 확인했다.
하루 5잔까지 규칙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및 뇌졸중 위험성이 매우 감소했다. 심지어 부정맥 감소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두커피나 인스턴트커피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커피가 자신에게 맞으면 하루에 2~3잔 정도 마시는 것은 심장 건강에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를 확대 해석해 몸에 맞지도 않는데 보약처럼 먹을 필요는 없다. 정말 커피가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생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한 사람이 더 커피를 즐기는지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명예교수
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