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때 투자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이 오를 만한 집을 구입해야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투자 가치를 판단하려면 주택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집이 크다고 해서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집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 재정 매체 고우뱅킹레이츠가 지역 조건 외에 주택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리해봤다.
바이어 선호 지역 위치한 집 가치 보존 효과 커
인근에 좀비 주택 있으면 시세 떨어져
◇ 위치 조건
주택 가치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집이 위치한 지역 조건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조지 라티우 선임 연구원은 “선호 지역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주택 가치가 보존된다”라며 주택 입지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매물이 좋은 입지 조건에 위치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선호되는 입지 조건에 시기와 바이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운타운이나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주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학군이 우수한 지역은 자녀를 둔 바이어 수요가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침체해도 가격 하락 폭이 낮은 편이다.
◇ 건축 연도와 구조
일반적으로 새집이 지은 지 오래된 집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 오래된 집보다 고장이나 결함 가능성이 낮아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지 오래된 집이라도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거나 관리가 잘 된 집은 오히려 새로 지은 집에 비해 가치가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
주택 건물의 구조도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년대 초반 등장한 ‘오픈 플로어’(Open Floor) 구조가 최근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크기의 집이라도 오픈 플로어 구조를 지닌 집은 실내가 더 넓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예외였다.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면서 가족 간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했는데 오픈 플로어 구조는 이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여러 개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물 구조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가격도 오른 바 있다.
◇ 리모델링 가능성
현재 건물 상태가 불량해도 리모델링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 바이어는 옆집과 비슷한 주택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이 반영된 디자인을 선호한다. 따라서 집을 고를 때도 리모델링 가능성이 높은 집을 눈여겨 보는 경향이 있다. 침실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지, 실외 활동을 위한 수영장이나 패티오 설치 공간이 있는지 등 리모델링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주택의 가치가 높은 편이다.
단순히 리모델링 가능성만 가지고 주택 가치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 관할 시 정부에서 원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적절히 허가하는 여부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상태가 매우 불량해 저렴하게 나온 이른바 ‘픽서 어퍼’(Fixer Upper) 매물을 구입할 때 해당 시 건축 승인 절차와 관련 비용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원하는 리모델링에 나설 수 있다.
◇ 모기지 이자율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주택 가치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요인이 바로 모기지 이자율이다. 이자율 변동에 따라 주택 가치가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가장 좋은 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도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15년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자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이로 인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이자율 시대가 이어졌다. 사상 유례없이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아 과열 현상과 함께 주택 가치는 폭등했다.
◇ 지역 경제
모기지 이자율과 함께 주택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은 지역 경제다. 지역 경제가 탄탄하면 주택 가치가 오르고 경제가 축소되는 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경제가 좋다는 것은 고용 시장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에 의해 일자리가 창출되면 노동력이 유입되고 자연스럽게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다국적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가 2018년 필라델피아에 15억 달러 규모 초고층 빌딩을 완공을 완공한 바 있다. 새 건물이 들어선 뒤 수천 여 개에 달하는 새 일자리가 생겼고 건물 일대에 신규 비즈니스 창업이 붐을 이뤘다. 이로 인해 유입된 인구로 인해 침체됐던 지역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 좀비 주택
‘좀비 주택’은 동네 주택 시세를 갉아먹는 원인이다. 좀비 주택이란 집 주인도, 대출 은행도 소유권을 포기한 주택이다. 주택 소유주의 모기지 연체로 은행이 압류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은행마저 압류를 포기하면 좀비 주택으로 전락한다.
좀비 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간 빈 채로 방치돼 주택이 흉물로 변하면 주변 주택 시세를 깎아내리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로 변한다. 좀비 주택이 인근 주택 시세를 2%나 하락시킨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낙후 시설
건물 조건이 아무리 양호해도 디자인이나 각종 시설이 낙후된 집은 제값을 받기 힘들다. 적어도 인근 주택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주택 감정 평가 업체에 따르면 이웃 주택이 갖춘 시설이 없는 주택은 감정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