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는 커지고 있다. 기온 변화에 예민한 혈관 건강에 비상이 켜지면서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 높아졌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뇌졸중 환자가 19% 증가했다. 뇌졸중(뇌경색ㆍ뇌출혈)은 암 다음으로 흔한 사망 원인인 만큼 의심 증상과 대처법을 미리 알아둬야 주변인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뇌졸중이라고 하면 흔히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뇌졸중 증상은 다르다. 가장 흔한 전조 증상은 불을 끈 듯 시야가 잠시 차단되는 것이다. 커튼을 친 듯 시야의 절반이 좁아지기도 한다. 이 밖에 신체 일부가 마비되거나 감각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언어 기능 장애도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이 생길 수 있다. 말은 잘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뇌졸중의 주요 공통 원인은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ㆍ가족력ㆍ비만 등 6가지다. 최근에는 잘못된 약 복용도 뇌졸중 발병 원인이 되고 있다.
조원상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피를 묽게 하는 약물인 항혈소판제 및 항응고제를 복용하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 가운데 일부는 뇌경색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항혈소판제를 개인적으로 구입해 복용하다가 뇌졸중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의학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은 뇌경색 예방 같은 ‘득’보다 뇌출혈ㆍ위장 출혈 같은 ‘실’이 많아 권고하지 않기에 이들 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과 치매는 연관성이 있다. 손상된 뇌혈관 영향으로 뇌 조직이 망가져 기억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 일반적인 퇴행성 치매와 구분해 ‘혈관성 치매’로 불린다. 마비ㆍ시야장애 등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뇌졸중으로 인해 머리에 물이 고여 발생한 수두증도 치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수두증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에 수두증으로 인한 치매는 거의 유일하게 ‘치료 가능한 치매’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 치료는 뇌출혈(뇌혈관이 터진 경우)과 뇌경색(뇌혈관이 막힌 경우)이 서로 다르다. 뇌출혈은 뇌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출혈량이 많다면 수술을 시행하고 출혈량이 적다면 흡수돼 사라지도록 둔다. 출혈 지속 여부도 중요한데, 혈관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면 지혈을 시행한다.
반면 뇌경색은 뇌 변성 상태가 중요하다. 혈관이 막히면 뇌가 부어오르는데, 뇌 부기는 피부에 비해 심하다. 뇌가 부어 본래 모양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변성됐다면 막힌 혈관을 뚫지 못하기에 약물 치료만 가능하다. 한편 부은 뇌가 혈관을 누르지 않도록 두개골을 열어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뇌압을 낮추기 위해 체온을 낮춰 뇌 부기를 억제하는 저체온 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재빨리 응급실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기에 증상 발생 4시간 30분 이내로 응급실에 도착하면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혈관이 막힌 뇌경색은 24시간 이내 응급실에 도착하면 막힌 혈관을 뚫어줄 수도 있다.
조원상 교수는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음식이 좋을지 묻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특별한 ‘무엇’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적절한 운동과 금주ㆍ금연은 물론,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도 재발 방지를 위해 꾸준한 관리해야 한다. 후유증이 있어도 재활 치료를 잘 하면 대부분 정상에 가깝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