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오른 것은 주택 가격뿐만 아니다. 주택 거래가 급증하면서 관련 부동산 사기 피해액도 엄청난 규모로 늘었다.‘연방 수사국’(FBI) 인터넷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부동산 관련 사이버 범죄 피해 규모는 무려 3억 5,03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약 64%나 급증했다.
여러 부동산 관련 사기 범죄 중 송금 사기가 여전히 가장 흔한 형태의 수법이었고 부동산 허위 거래, 이메일 해킹, 암호 화폐 사기 등 범죄 수법이 다양하게 진화 중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과 재정 매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관련 사기 피해 유형과 주의 요령을 정리했다.
지난해 발생한 피해액만 무려 3억 5,030만 달러
믿기 힘든 좋은 조건의 매물, 사기 아닌지 의심해봐야
◇ 임대 예약하려면 디파짓 먼저 보내세요
주택 임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주택 임대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주택 임대 시장에서도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세입자가 몰리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바로 이런 현상을 노린 주택 임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매년 평균 약 520만 명에 달하는 세입자가 주택 임대 사기 피해를 보고 있는데 대부분 허위 매물에 디파짓을 먼저 보냈다가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주택 임대 매물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범죄자는 모델 하우스 뺨치게 예쁜 매물을 인터넷상에 버젓이 올려놓는다. 렌트비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부르기 때문에 당장 집을 옮겨야 하는 세입자가 보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허위 매물 광고에 반한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에이전트에게 연락하면 직접 집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임대를 예약하려면 디파짓과 첫 달 치 렌트비를 먼저 보내야 한다는 요구만 듣게 된다. 급한 마음에 수천 달러가 넘는 돈을 보내고 다시 연락하면 이미 집주인은 사라진 다음이다. 주택 임대 매물 찾기가 힘든 시기지만 집을 보여주지 않고 돈을 먼저 보내라는 집주인은 피해야 한다.
◇ 다운페이먼트는 이 은행 계좌로 보내면 됩니다
부동산 송금 사기는 여전히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 유형이며 피해 규모도 크다. 주택 구입을 위해 에스크로를 진행 중인 바이어에게 접근해 거액의 디파짓 금액이나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허위 은행 계좌로 송금하라고 유도하는 수법이다. 대부분 해킹으로 입수한 부동산 에이전트, 에스크로 업체 직원, 타이틀 보험 업체 직원 이메일을 도용해 신분을 감쪽같이 속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자는 이메일 해킹으로 부동산 거래 정보를 입수한 다음 주택 구입을 앞둔 바이어에게 연락한다. 그런 다음 이메일, 문자, 전화 등을 통해 바이어에게 연락해 에스크로 마감에 필요한 주택 구입 잔금 송금 요령을 친절히 알려준다. 바이어가 실제로 계약을 맺은 에스크로 업체나 타이틀 업체와 유사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웹사이트 등이 범죄에 사용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가 많다.
대개 전화번호 중 한자리 또는 실제 업체명에서 한 글자만 바뀐 가짜 연락처로 바이어들을 유인한다. 허위 계좌 번호로 송금하는 순간 거액의 주택 구입 자금이 범죄자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간다. 송금 사기 피해자들의 보상 사례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택 구입 잔금을 송금하기 전에 기존 에스크로 서류 등에 기재된 연락처로 연락해 송금 관련 정보를 거듭 확인해야 한다. 송금을 앞두고 갑자기 송금 정보가 변경됐다는 연락도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연락을 받았다면 기존에 연락했던 에스크로 업체 직원과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되도록 사무실에서 담당 직원을 직접 만나 서류 작업을 진행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 그 집은 이미 팔렸는데 이 집은 어떠세요
중고차 판매 시장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법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흔하게 사용되어 온 사기 유형이다. 유인 판매 사기는 거주지로 인기가 높지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이른바 ‘핫’한 지역을 중심으로 자주 발생한다. 사기 의도가 다분한 에이전트가 매매 또는 임대 매물을 광고하면서 가격을 주변 시세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내놓은 다음 고객의 연락만 기다린다.
고객의 문의 전화가 오면 광고한 매물이 이미 팔렸거나 임대됐다고 하면서 다른 매물로 유도하는 수법이다. 사기꾼이 소개하는 매물은 광고에 나온 매물에 비해 조건도 형편없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의 계약이 불을 보듯 뻔하다.
매물을 찾기 힘든 요즘 주택 매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층 구입자가 피해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관할 주 부동산 국 웹사이트를 통해 광고를 낸 에이전트의 적절한 부동산 면허 소지 여부와 과거 처벌 경력 등을 확인하도록 한다. 또 다른 매물 검색 사이트를 통해 광고에 나온 매물이 유효한 매물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 빨리 팔릴 것 같으니까 오퍼 먼저 쓰세요
주택 구입자의 심리를 조급하게 유도해 매매를 끌어내는 수법이다. 범죄라기보다는 비도덕적 거래 행위에 가깝지만 피해 사례는 늘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관심 있는 매물이 여전히 유효한지 문의하기 위해 연락했는데 상대측 에이전트기 일종의 ‘압박성’ 언급을 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집을 보고 간 사람이 많다거나 이미 오퍼가 여러 건 제출됐다는 식으로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에 대해 설명하며 조급함을 유도하려는 분위기 감지되면 냉정함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부 에이전트는 이미 제출된 오퍼 숫자와 오퍼 가격까지 ‘친절히’(?) 알려주며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는데 부동산 공정 거래법에 저촉되는 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
나온 지 오래된 매물인데도 갑자기 다른 바이어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면 의심의 소지는 더욱 높다. 최근 주택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허위 경쟁 유도가 의심된다면 한발 물러서서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다른 사람한테 집 보여주면 안 됩니다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셀러가 많다. 혹시 집을 팔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내놓은 집이 빨리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처럼 조급한 셀러를 타깃 해 사기성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사기 수법도 판을 치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이 바로 ‘락 아웃’(Lock Out) 조항이다.
락 아웃 조항이 포함된 주택 매매 계약의 경우 셀러가 일정 기간 다른 사람에게 집을 보여줄 수 없고 다른 사람과 매매를 흥정해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락 아웃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한 바이어하고만 거래해야 하는데 대개 높은 금액이 매매가가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락 아웃 조항이 불법은 아니지만 장기 락 아웃 기간을 요구하거나 이미 체결된 매매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의 사기성 행위가 우려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