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이 드디어 하락을 시작했다. 그동안 주택 가격이 급등한 일부 대도시의 경우 주택 가격 하락 폭이 비교적 큰 편이다. 너무 오른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많은 바이어들은 현재 주택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며 적절한 구매 타이밍을 저울질 중이다.
바이어가 본격적인 주택 구매에 나서려면 현재 급등한 이자율을 상쇄할 만큼 주택 가격이 충분히 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 상조다. 또 주택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매물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지만 매물은 여전히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다.‘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기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이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균형적인 주택시장 회복 위해 꼭 거쳐야 할 조정기
당분간 주택 거래 지속적 감소 불가피
◇ 모기지 이자율 추가 상승 대비해야
현재 바이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모기지 이자율이다. 많은 바이어는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자율이 얼마나 더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당분간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방 준비 제도’(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으로 내년에도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에 대비해야겠다.
Fed의 기대대로 내년 중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둔화세를 보일 경우 현재 침체된 주택 수요는 내후년인 2024년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수요가 살아나면 주택 건설 업체는 주택 재고 부족 현상 해소를 위한 신규 주택 공급에 다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 신규 주택 공급 당분간 제한적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주택 건설 붐이 일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 침체 우려와 함께 신규 주택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집계된 통계 자료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NAHB와 웰스파고 은행이 공동 집계하는 ‘주택 시장 지수’(HMI)는 8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HMI는 신규 주택 판매량, 신규 주택 분양 사무소 방문자 수 등 신규 주택 시장의 여러 지표를 토대로 산출된다. 신규 주택 시장 위축 분위기로 다음 분기에도 단독 주택 신축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 구입 부담 지수가 1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것도 신규 주택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큰 폭으로 치솟으며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능력은 역대 최악 수준을 하락했다. 건축 자재 비용 급등에 주택 건설 업체들이 마음대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축 자재비는 2020년 이후 무려 35%나 올라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경쟁에 밀린 바이어 지금이 내 집 마련 기회
매물 부족과 치열한 경쟁 탓에 내 집 마련에 실패한 바이어에게 주택 구입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많은 바이어가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 팔리는 매물이 쌓이면서 바이어의 매물 선택의 폭은 늘어난 반면 경쟁은 줄어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미국 인구와 가구 형태를 감안하면 여전히 약 10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다. 주택 재고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기 회복 신호와 함께 주택 시장이 다시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주택 시장 침체가 경기 침체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지만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 경기 회복 견인차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 주택 시장을 보면 2007년~2009년 발생한 주택 시장 위기를 떠 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 주택 시장 상황은 당시 다른 점이 여러 가지다. 직전 주택 시장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공급 과잉과 허술한 모기지 대출 체계였지만 지금은 이 두 가지 원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수년간 발생한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은 전적으로 주택 재고 부족에 따른 것으로 ‘건전한’ 주택 시장 성장 요인으로 볼 수 있다.
◇ 집값 2025년까지 하락할 수도
Fed는 또 한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하면서 주택 시장 침체를 기정사실화했다. 제롬 파웰 Fed 의장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진정시키고 주택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고통스러운’ 주택 시장 조정기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으로 주택 수급이 균형을 이뤄 주택 가격이 일반 소비자가 구입 가능한 정상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주택 시장 침체가 불가피함을 언급했다.
이제 주택 가격 하락 폭이 과연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경제 연구 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내년까지 최고 20%까지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이미 조정기에 진입했고 곧 주택 매물이 주택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0곳 주택 시장 중 절반이 넘는 210곳은 25% 이상 심각하게 과대평가 된 지역이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US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주택 가격이 2025년까지 하락한 뒤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예측했다.
부동산 업체 컴패스의 네다 나밥 대표는 이르면 올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밥 대표는 “주택 시장 호황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는 셀러가 늘고 있어 곧 주택 가격 인하 러시가 이뤄질 것”이라며 “Fed의 목표대로 힘든 주택 시장 조정기를 거치고 난 뒤 보다 균형적인 주택 시장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다소 부정적인 주택 매물 전망을 내놓았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물이 앞으로 2년간 주택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증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원인으로 최근 치솟은 모기지 이자율을 지목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 보유자들이 적용받은 이자율은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매우 낮은 수준의 이자율”이라며 “이자율이 다시 낮아지기 전까지 집을 내놓으려는 주택 보유자가 드물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