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코로나19’언급 줄여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 사회의 핵심 의제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묻혀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잊혀졌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맨하탄 유엔본부에서 지난 20일 본격 개막한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3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1번 언급했다.
지난해 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 단어를 각각 10번, 6번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그 횟수는 1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우선순위가 변했다는 점을 시사한 건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완전한 대면 행사로 개최된 이번 총회에서 프랑스, 독일, 튀르키예 등 각국의 정상급 인사는 모두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WP는 전쟁, 이란과 서방 간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에티오피아 내전, 미·중 대립,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 등 다양한 문제가 이제 코로나19에 우선하는 의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2일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의료 체계를 갖춘 부유한 국가들과는 달리 빈국의 백신 접종률은 19%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더 치명적인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WP도 내년 안에 전 세계 80억 인구의 70%가 코로나19 면역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제시한 목표가 실행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WP는 국제 사회가 코로나19를 망각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은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다.
WP는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한 백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한 단체를 소개하며 이들에게 3천400만 달러(약 479억 원) 규모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F-35 스텔스 전투기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며 미국이 올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막대한 규모의 군사 원조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