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유모(32)씨는 지난해 초 SUV 차량을 산 뒤 지방 여행을 다니며 차박(차에서 잠자고 머무르는 여행) 캠핑을 즐겼다. 일 년 넘게 차 안에서 먹고 자기를 반복해 온 유씨는 최근 아래 가슴에 쓰린 증상과 함께 신물이 올라오고 안구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역류성 식도염’과‘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차박족이 늘면서 장기간 캠핑을 하다가 척추나 관절 이상뿐만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과 녹내장까지 생길 위험이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두운 차 안에서 스마트폰 오래 보다간 녹내장 유발
녹내장과 안구건조증 등 안 질환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차박을 하면 좁은 차 안에서 잠자기 전에 눕거나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볼 때가 많다.
깜깜한 차박지의 어두운 차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장시간 보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 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해 눈의 피로도가 심해져 퍼져 보이거나 두 개로 보일 때가 있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 잘 보려고 눈 깜박임 횟수가 줄면 안구건조증이 악화된다. 반복되면 안구 통증이 심해지고 두통도 생기면서 녹내장까지 생길 수 있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밤에 어두운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많은 양의 빛을 수용하려고 눈 동공이 확대돼 구면 수차(굴절된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고 어긋남)가 증가해 눈부심과 빛 번짐을 일으키고 야간 근시가 생긴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눈 조절이 과도해지면서 어른도 근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어두운 차 안에서 엎드려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보면 동공이 커지면서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해 방수(房水) 흐름이 차단될 수 있는데, 갇힌 방수 압력으로 홍채가 앞으로 밀리면서 방수가 빠져나가는 경로인 전방각이 막혀 안압이 상승하게 된다”고 했다.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에 기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혈액순환이 줄어 급격한 시신경 손상을 일으키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며칠 내에 실명할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전방각이 좁은 사람은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차박할 때 엎드려 자거나 어두운 곳에서 엎드려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차 안에서 휴대폰을 보려면 주변을 밝게 하고 바르게 앉거나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상태에서 보는 것이 낫다. 어두운 곳에서 20분 이상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피한다.
차박 캠핑을 즐기다 눈이 충혈되고 침침해지면서 두통과 안구 통증, 오심,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생기며 급성 패쇄각 녹내장을 의심해 빨리 안과를 찾는 것이 좋다.
◇바비큐 즐기고 바로 취침하지 말아야
차박 캠핑을 하면 차 안에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이나 조리하기 간편한 밀키트, 쿠킹박스 등 간편식으로 즐길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인스턴트 음식이나 밀키트 등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인 데다 좁은 차 안에서 식사를 자주 하면 위식도 역류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위 속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 통증ㆍ속 쓰림ㆍ기침 등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재발이 잦고 증상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게 특징적이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 질환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 과체중, 비만, 노화 등으로 위식도 접합부 조임근이 점점 헐거워지고, 이로 인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에 염증이 생긴다”고 했다.
특히 기름지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을 과도하게 즐기고 곧바로 눕는 습관은 위식도 역류 질환의 주원인이다. 차에서 먹고 자는 차박 캠핑의 경우 이러한 위식도 역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차박 캠핑을 하면서 위식도 역류 질환을 예방하려면 차 안에서 식사 후 바로 눕지 말고 차 밖으로 나와 산책하면서 소화를 시키는 것이 좋다. 늦은 시간 식사와 과식은 삼가고 가급적 차 밖으로 나와서 바른 자세로 앉아 먹는다.
또한 술, 기름진 음식과 매운 음식, 고염분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 초콜릿, 신맛이 나는 주스, 향신료 등은 되도록 삼간다.
김범진 교수는 “차 안에서 잠잘 때 좌석을 완전히 풀 플랫(좌석이 180도 완벽히 펼치는 것)하는 것보다 머리 쪽이 15도 정도 올라오도록 좌석을 접어 왼편으로 눕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