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키커 구영회(28·애틀랜타 팰컨스)는 지난 3월 대박을 터트렸다.
원소속팀 애틀랜타와 5년 최대 2천425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다.
키커로만 따지면 구영회는 연 평균액 기준 저스틴 터커(볼티모어 레이븐스)의 500만 달러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로 올라섰다.
미국프로풋볼에서 키커는 필드 골과 킥오프 상황에서 공을 차는 선수다.
초인적인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들로 가득한 미국프로풋볼 무대에서 정확한 킥 능력만 있으면 활약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키커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두 차례나 방출의 설움을 겪은 구영회가 애틀랜타와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미국프로풋볼에서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구영회는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을 바꾼 건 '지루해'라는 말 한마디였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구영회는 그곳에서 처음 미식축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뛰었던 그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미식축구였다.
구영회는 "내 다리의 힘을 확인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풋볼을 시작하라고 권한 게 시작이었다"면서 "운동을 하다 보니 영어를 훨씬 빨리 배웠다. 밖으로 나가서 여러 사람과 만난 덕분에 언어의 격차가 점점 채워졌다"고 돌아봤다.
구영회는 아직도 동료들과 함께 차에 앉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주말에 뭐해?'라고 물어보는 것조차 못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문장을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던 그가 친구들에게 꺼낸 첫마디는 "지루해"였다.
구영회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친구들이 '지금 차 안에서 연습 시작할까?'라고 묻더라. 그래서 '주말에 만나서 하자'고 답했다.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됐다"고 했다.
미국프로풋볼에서 동양인은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숱한 인종차별을 당해 온 구영회는 대응하지 않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필드에 나갈 때 스스로 방탄(Bulletproof) 스위치를 켠다고 말한 그는 "풋볼에서는 누가 공을 찼는지보다 어디로 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아시아 선수를 대표해 뛴다는 책임감은 가슴에 새기고 있다.
구영회는 "나 역시 처음엔 영어도, 풋볼도 몰랐다. 꿈이 있고 그걸 쫓아 열심히 하면 누구나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