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장초반 1,345원 돌파… 금융위기 후 최고치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서면서 말 그대로 폭주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흐름에 더해 경기 침체 우려가 가속화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탓인데 하반기에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일(이하 한국시간) 13.9원 급등한 1,339.8원에 마감했다. 특히 장중에는 1,340.2원까지 올랐는데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3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9일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이다. 이어 23일에도 전날 종가보다 2원 오른 1,341.8원에 개장한 뒤 한때 1,345원을 넘어섰다가 1,340원대 초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연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월 14일 기준 1,187.3원으로 1,200원 아래였다가 3월 팬데믹 이후 연준이 첫 기준 금리를 올린 3월 즈음 1,200원을 넘어섰다. 이후 다시 등락을 거듭하다 6월 전 1,240원대 아래로 떨어졌는데 하반기 들어 단기간에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연준 기준 금리 인상 탓이 가장 크다. 연준은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속도를 높이면서 현재 기준 금리 상단을 2.5%까지 올렸다. 당장 다음달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도 한 번에 0.75% 포인트를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이 유력한데 이는 추가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를 촉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경기 침체 리스크 확산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행보는 필연적으로 경기를 하강시키는데 이때 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 심리가 거세지면서 원화 등 다른 화폐의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유럽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8.96까지 올랐는데 이는 연초 대비 약 13% 올랐다. 원화는 물론 다른 지역 통화들도 모두 가치 하락세를 맞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연준의 긴축 행보는 더 강해지고 경기 침체 우려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 빠른 시간 안에 1,400원 선을 넘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상황을 보면 원·달러 환율 상승폭을 50원 단위로 잡아두고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안에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주목할 일정은 26일 열리는 잭슨홀 회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인데 긴축 강화를 시사하는 ‘매파’ 발언이 나오면 추가적인 원화 가치 급락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에 앞서 연준 내 강경 긴축파인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9월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빨리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