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박모씨는 밤이 두렵다. 매일 새벽 3, 4시쯤 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잠이 꼬이면 막상 출근 시간에는 졸리고, 두통이 생기고 피곤해진다.
새벽에 일어나 소변도 찔끔 나오는데 항상 같은 시간에 깨는 이유를 찾기 위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았다. 수면 시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렘수면(REM) 호흡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면 호흡 치료를 받으면서 중간에 깨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렘수면 호흡 장애인 경우 2~3시간 간격으로 렘수면 발생 때에만 호흡이 엉켜 각성하게 되고 횡격막 기능 저하로 야뇨 현상도 발생된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꿈인 새벽 4시경 잠꼬대나 행동 장애가 발생된다면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경성이나 심리적인 원인만 생각하는데 반복적인 수면 중 각성이 반복된다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한 원장은 “1주일에 4회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두 번 이상 깨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매일 밤 동일한 시간에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이러한 증상을 불면증으로 착각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지 않고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등 약물에 의지해 억지로 깨지 않으려고 한다.
새벽에 뇌가 잠을 깨우는 이유는 수면 중 발생한 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체 시스템이 발현된 것이다.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잠에서 깨는 이유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는 치료제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증상을 감춰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 수면의학클리닉 리 제이(Li J) 박사는 반복적으로 같은 시간에 깨는 원인에 대해 크게 불면증, 스트레스, 노화, 호르몬, 다른 수면 장애 등을 꼽았다.
①불면증= 불면증 원인은 다양하다. 아침 햇빛 부족, 낮잠, 교대 근무, 일관되지 않은 취침 시간, 흡연, 알코올, 약물, 카페인, 저녁 밝은 환경 등이 영향을 준다.
②스트레스= 과도한 스트레스는 거의 모든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도 떨어뜨린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질이 향상되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수면과 스트레스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는 숙면 능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③호르몬=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밤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임신과 폐경기 등 호르몬 변화로 수면 장애가 올 수 있다.
④약물= 베타 차단제, 이뇨제, 항우울제 등 특정 약물은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야간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⑤다른 수면 장애=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이갈이, 하지불안증후군, 잠꼬대 등 다른 수면 장애가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각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