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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걸렸는데 나도?… 치매 환자 자녀들의 고민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2-08-08 09:56:48

치매 환자 자녀들의 고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캘리포니아주 페리스에 사는 자넷 페레스는 6세 아들 제이든을 학교에서 픽업할 때마다 늘 오렌지색 배낭을 찾는다.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오후 아들을 찾지 못했을 때 그녀가 보인 첫 반응은 원초적인 것이었다.‘누군가 애를 납치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아이가 뭘 입고 있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썼고, 심지어 그날 아침 아이를 내려줬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한 두려움이 그녀를 덮쳤다. 그 일이 일어난 걸까? 어머니가 걸렸던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신호일까? 길게만 느껴졌던 10분이 지났을 때 제이든이 나타났다. 그는 화장실에 갔었던 것이다. 그러자 페레스는 그날 아침에 자신의 여동생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자기는 어머니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 미 65세 이상 성인 650만 명

치매 가족력은 유전성 치매 환자 가족에 영향 커

가족력 위험도 약간 높지만 꼭 걸리는 건 아냐

자넷 페레스가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Mark Abramson for The New York Times>
자넷 페레스가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Mark Abramson for The New York Times>

 

임상간호사는 그녀의 기억력 감퇴를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지만 기억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페레스를 압도한다. “이것이 내 운명이고, 나에게 일어날 일이라면?” 2019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어머니 옆에 앉아 자문하곤 한다. 

페레스가 74세 어머니를 돌보기 시작한 건 개스 스토브를 켜놓고 잊어버리거나 너무 편집증적이 되어 침실 문을 의자로 막아버린 후부터였다. 그때 이후로 가족은 한때 미용실을 운영했던 리타가 스스로 머리를 빗거나 이를 닦는 능력을 점차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서 지내는 그녀는 더 이상 네 자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35세의 페레스는 알츠하이머에 걸리기에는 너무 젊고(대부분 65세 이후에 증상이 나타남) 그녀의 대가족 중 누구도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뇌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여러 질병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치매(dementia)의 영향을 알고 있다. 의학저널 JAM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매는 히스패닉계 노년층에서 백인보다 거의 두 배나 더 많이 발병한다. 

어머니가 쇠퇴하는 모습과 자신의 건망증을 보면서 페레스는 종종 밤에 깨어나 가장 두려운 생각에 빠지곤 한다. 어느 날 그녀 자신이 제이든이 누군지 잊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의 성인 65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2050년까지 그 수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이 질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알츠하이머는 정기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랑하는 사람의 질병 진행을 지켜본 친척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위협은 훨씬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버지를 이 병으로 잃은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도서관 보조직원 섀넌 스핀들러(47세)는 최근 책을 잘못된 곳에 두었을 때 울기 시작했다. 오 하나님, 나에게도 그 병이 오고 있나요? 

미주리주 볼리바의 IT 이사인 51세의 마크 애플게이트는 생일을 맞을 때마다 어머니가 이 병을 진단받은 나이인 65세에 가까워짐을 의식한다. 어머니는 지금 호스피스에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 잠을 잔다. 

애플게이트는 알츠하이머에 대해 늘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켠에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레바논의 앰버 바버(46)는 지난해 77세로 임종을 앞뒀던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괴롭다. 그녀가 다음 차례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컨설팅회사의 프로그램 관리이사인 그녀는 “기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무서웠다”면서 “나의 아이들이 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가족력이 있는 모든 사람이 알츠하이머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걱정의 수위가 압도적이다. 기억력과 인지력의 악화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검사 결과 전혀 악화되지 않은 경우, 이러한 불만을 총체적으로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가 보고된 증상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일 수 있지만 장기 추적관찰 결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려움은 현재 건강한 사람들이 지금의 삶을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일 속에서 오늘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위험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가계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여 유타 주민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가까운 친척이 한 명 이상 있는 사람은 그 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높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다.

유전적 영향은 65세 이전에 나타나고 인구의 1~2%에만 영향을 미치는 조기발병 가족성 알츠하이머(early-onset familial Alzheimer’s) 환자에게 더 중요하다. 이 질환을 가진 부모가 있는 자녀의 절반은 이 병에 걸리는데 유전자 검사로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형태인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가족력이 아니라 단순한 노화다. 85세 이상 성인의 1/3이 영향을 받는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위험도가 약간 높지만 그것이 꼭 걸린다는 것은 아님을 인지해야한다. 지속적으로 기억상실의 변화가 있는 사람은 의사를 만나 검사를 받는다. 평가 결과 알츠하이머가 밝혀지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생활방식을 변경하여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또한 재정, 법률 및 개인관리 계획을 세우고 사랑하는 사람과 원하는 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두려움을 보호장치로 바꾼다

페레스는 3년 전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어머니의 병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처음 깨달았다. 어머니를 잃는다는 생각에 지친 나머지 눈 밑은 불룩하게 축 처져있었고 자신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었으며 고혈압은 경계선 수치까지 올랐다. 어머니와 아들 돌보는 일에만 너무 집중하여 자신에게 소홀했던 그녀는 “내가 망가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술을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란셋 치매 예방 및 치료에 관한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혈압, 적은 신체활동, 잦은 음주와 같은 ‘수정 가능한 위험요소’를 해결하면 치매 사례의 최대 40%를 예방하거나 지연할 수 있다. 청력 상실을 교정하고 담배를 끊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평생 동안 인지적 활동을 유지하고, 악기 배우기, 새로운 장소로 여행하기 또는 단순히 자극적인 일하기 등 어떤 식으로든 두뇌를 자극하라고 조언했다. 

▲지금의 삶에 참여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은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빼앗는다. 심리학자들은 기본적인 마음챙김 연습을 권장한다. 명상, 기도, 요가나 기공 같은 운동, 하이킹이나 걷기 등 많은 활동도 도움이 된다. 두려움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페레스는 불안할 때 묵주기도를 통해 평온을 찾는다. 최근 그녀는 어머니의 병은 예상치 못한 선물도 있음을 깨달았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지금 그녀는 어머니의 병으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 덕분에 더 건강해진 것이다. 

<By Dawn MacK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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