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검사 후 레바논 트리폴리로 “당분간 하루 한 척 출항이 목표”
우크라이나에서 레바논으로 향하는 곡물 수출선이 튀르키예(터키)에서 검사에 통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막혔던 수출이 5개월여 만에 성사를 눈앞에 두게 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시에라리온 국적의 라조니호가 이스탄불에서 실시한 화물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선박은 현재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에 정박해 최종 목적지인 레바논 트리폴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인프라(기반시설)부 장관도 “선박이 성공적으로 검사를 마쳤다”면서 “트리폴리 항구로 항해를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
라조니호는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옥수수 2만6,527톤을 싣고 출항했다. 2일 오후 9시쯤 이스탄불 연안에 도착한 뒤, 3일 오전 공동조정센터(JCC)에서 선박에 승인 불가 물품은 없는지 검사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 유엔은 흑해 항로를 이용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총괄하기 위한 공동조정센터를 설치했다.
튀르키예 당국자는 “매일 한 척의 곡물 수출선이 출항하도록 하는 게 현재 계획”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을 경우 당분간 수출은 하루 한 척의 배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세계 식량위기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계적 곡물 공급자였던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흑해가 봉쇄돼 곡물 수출이 대부분 중단됐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2,000만 톤의 수확된 곡물이 저장고에 쌓여 있고, 추가 4,000만 톤 수확이 진행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출 재개 소식에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출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은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한 선박이 출항하면 다른 선박들은 선적하거나 항구에 도착하는 식의 질서 있는 수출 일정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앞으로도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흑해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선박이 분쟁 수역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