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조종사와 약혼녀 구사일행 비상착륙 경상
한인 남성 조종사와 미국인 약혼녀가 타던 비행기가 엔진이 꺼져 도로에 비상착륙하며 가벼운 경상만 입었다. 이 커플은 5일 뒤 결혼하며 백년가약을 맺었다.
27일 시애틀 타코마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30분께 한인 밀집지역인 시애틀 타코마 지역 바슬 도로에 추락했던 실험용 경비행기의 조종사는 한인 청년 앨런 강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앨런 강씨와 약혼녀 로지아나 모랄레스는 타코마에서 친구들을 만난 뒤 에버렛 페인필드로 날고 있었다. 이 커플의 강아지인 액슬도 함께 타고 있었다.
6년 비행 경력이 있던 강씨는 비행 중 갑자기 엔진이 꺼진 사실을 확인했다. 당황했지만 이들 커플은 비상착륙을 결정했다. 페인필드까지는 10마일 정도 남아있었고, 메인 고속도로인 I-5에 비상 착륙할 경우 밤에도 많은 차량들이 통행을 하고 있어 위험할 것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바슬의 SE 228 도로로 결정했다. 낮에는 차량이 많은 도로이지만 상대적으로 밤에는 차량이 적은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고 착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강씨는 전선 몇개를 끊었지만 안전하게 도로에 비상 착륙할 수 있었다. 비상착륙 충격으로 강씨와 모랄레스는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퇴원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조종사 강씨가 정말 잘했다. 착륙 타이밍도 잘 잡아 지나가던 차들도 모두 피하고 도로 인근의 주택들도 무사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랄레스는 “나의 약혼녀 앨런이 이날 비상착륙을 하면서 우리의 생명을 구해낸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강아지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
이들 커플은 당초 내년께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사고를 겪은 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5일 뒤인 지난 25일 타코마 지역에 있는 스텔라쿰 비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앨런 강씨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약혼녀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은 만큼 열심히, 또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