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담보로 직원들 현금 대출했다가 인플레·경기침체 우려 속 대량 감원 속출
결제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볼트 파이낸셜은 요즘 해고한 직원들의 대출금 상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스톡옵션을 담보로 직원들에게 현금 대출을 알선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인플레이션에 경기가 불안정해지자 회사는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90일 이내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볼트 파이낸셜은 해고 직원들의 대출금 상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신생 벤처기업인 스타트업들이 임직원에게 부여했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한 번에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반 직장인들에겐 그림의 떡인 스톡옵션이 정작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스톡옵션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경기 침체에 금리 급등까지 겹치자 크게 늘어난 대출금 부담에 고통을 겪고 있는가 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스톡옵션을 아예 포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트업이 매각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되어야 비로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을 담보로 대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스톡옵션을 담보로 한 대출의 전 세계 규모는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스톡옵션 대출 러시 현상은 관련업계의 성장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스톡옵션 담보대출을 시작한 ‘섹파이’(Secfi)의 대출액은 7억달러를 넘어섰고 후발주자인 ‘퀴드’(Quid) 역시 3억2,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대출업체들의 손실율은 2~3%대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NYT는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스톡옵션의 가치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해고라도 당할 경우 스톡옵션에 따른 세금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스톡옵션 담보 대출을 받은 스타트업 직원들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재정적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발행된 스톡옵션의 절반이 넘게 매수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전조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스톡옵션은 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왔다. 2010년대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직원 유지를 위해 스톡옵션제를 도입해 사업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스톡옵션을 직원 붙들기 방편으로 사용해 ‘황금 수갑’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스톡옵션이 신생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부의 창출을 위한 엔진과 같은 유용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스톡옵션의 가치 하락과 대출금 부담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자칫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