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신진대사율 등 줄면서 배에 지방 축적
지나친 뱃살 노화 촉진·다양한 질병 노출 확률 커져
음식섭취량 조절하고 하루 30분씩 주 5회 운동 권장
젊게 보이기 위해 보톡스 주사 등을 통해 이마 주름살을 펴는 중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긋해진 나이를 감추기 어려운 신체 부분이 있다. 바로 뱃살이다.
나이가 들면 배가 불룩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불룩 나온 배를 ‘사장님 스타일’이라고 부러워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불룩 나온 배는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뱃살이 나오면 어떻게든 이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살찐 사람 가운데 가장 빼고 싶은 곳이 바로 뱃살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비만 남성들이 ‘HPL 지방분해주사’ ‘지방흡입주사’ ‘이산화탄소를 넣는 카복시’ ‘진피층에 약물을 주사하는 메조테라피’ ‘체외 충격파 시술’ 등으로 어떻게든지 뱃살을 빼려고 한다.
여성들 역시 이런 시술을 받지 않더라도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감추려고 맵시 나지 않는 펑퍼짐한 옷을 주로 입게 된다. 그래서 중년 여성들이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맵시 나는 옷까지 입지 못해 야속하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왜 뱃살만 주로 찌는 걸까. 우선 나이를 먹으면 근육량ㆍ여성호르몬ㆍ신진대사율 등이 줄어들면서 뱃살이 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이 노화하면서 호르몬 분비가 줄면 체내에서 지방이나 남는 칼로리를 태워 없애는 근육도 감소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성장기 때와 달리 지방이 몸에 점점 쌓이게 된다. 특히 복부는 팔다리 등 다른 신체 부위보다 팽창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지방이 축적되기 좋은 곳이다.
나이 들어 뱃살이 나오면 노화가 촉진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중년 이후 뱃살이 늘어나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5배 높아지고, 3대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 발병 위험도 2배 이상 증가한다.
또한 당뇨병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심뇌혈관 질환(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ㆍ각종 암(유방암, 대장암, 담도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수렵기 시대 인류는 굶주릴 때를 대비해 지방을 뱃살 형태로 저장했는데, 현대인은 먹을 게 넘치고 힘쓸 일이 줄어들면서 ‘식량 저장 창고’인 뱃살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줄기세포 오작동으로 뱃살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방 조직에 존재하는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는 관절이나 뼈, 지방 등 다양한 형태로 자란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노화) 오작동이 발생해 지방으로만 되기에 뱃살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젊어지려고 뱃살 지방을 얼굴에 옮기는 시술을 하다간 자칫 ‘혹 떼려다가 혹 붙이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행히 ‘올챙이배’는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비교적 쉽게 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섭취량을 하루 평균 권장 칼로리(2,500㎉)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특히 저녁 6시 이후 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뱃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중간엽 줄기세포가 지방으로 덜 바뀌게 된다.
허리둘레가 5㎝ 늘어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0% 이상 증가하고, 정상보다 15㎝ 늘어나면 사망률은 50%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0대 이후 생긴 뱃살은 만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이를 줄이면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