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년 만에 최악 가뭄 기록한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 등 화염
유럽 대륙이 폭염으로 불타고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산불과 사투 중이다. 이탈리아에선 빙하가 녹아 무너져 내렸다. 원인은 기록적인 이상 고온. 기후 재앙의 전조다.
포르투갈에선 14일 현재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투입된 소방관만 3,000명이다. 피해가 컸던 중부지역 레이리아 상황을 들여다보면, 900명가량의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13일 기준 3,000헥타르(3,000만㎡) 면적이 불에 탔다고 포르투갈 소방당국은 전했다. 화재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 피해가 심각해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는 모잠비크 방문을 취소한 채 산불 진화를 지휘하고 있다.
옆 나라 스페인도 산불과 사투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달 3일까지 불에 탄 삼림이 7만300헥타르(7억300만㎡)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한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 연안 등 주로 유럽 대륙 남부를 중심으로 불이 계속 나고 있다.
유럽 곳곳이 화염에 휩싸인 근본 원인은 폭염과 가뭄이다.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잘 일어나고, 한 번 일어나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겼다는 게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양국 정부는 “극심한 폭염에 대비하라”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현지 언론에 “50도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가뭄도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구성된 이베리아 반도는 1,200년 동안 올해처럼 건조했던 적이 없었다. 지난 2월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는 “향후 28년 안에 심각한 수준의 산불이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빙하·폭우... 인간이 만든 뜨거운 지구, 인간을 덮치다
이상 기후 피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일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 돌로미티 산맥, 그중에서도 가장 높아 ‘돌로미티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마르몰라다에서는 빙하가 붕괴돼 등반객 11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 폭염이 이탈리아를 강타한 직후 터진 사고였다. 지난해에는 독일^벨기에를 덮친 폭우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후 재앙의 피해는 이렇듯 구체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와 협업하는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1991~2020년 평균치와 비교할 때 올해 6월 유럽 온도가 1.6도 높았다고 8일 보고했다. “두 번째로 뜨거운 6월”이라고도 했다.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전 세계의 6월 역시 0.31도 올랐고, 이는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온도로 집계됐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6월 기준) 일본 도쿄에서 5일 연속 35도를 넘는 등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도 평균 이상의 기온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기후 재앙이 유난히 도드라진 듯하지만, 한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