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치아가 가지런하지 않고 비뚤거리면 부모를 닮아서라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 비뚤거리는 치아는 유전 성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영호 아주대 임상치의학대학원 교수와 채화성 강의 교수 연구팀이 2011~2018년 가족 중에 쌍둥이를 둔 553명 가운데 일란성 쌍둥이 36쌍, 이란성 쌍둥이 13쌍, 형제 26쌍(평균 연령 39.8세, 모두 동성) 등 1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이들의 옆얼굴 방사선 사진(Lateral cephalogram)을 촬영해 다양한 수평·수직 길이, 각도와 비율을 측정한 결과, 얼굴 유전율은 크기보다 모양, 수직적 길이와 비율에서 유전율이 높고, 반면 치아 유전율은 앞니와 송곳니의 수직적 위치 외에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측정한 수치는 유전역학에 근거한 통계법으로 대상자 간 일치도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유전적 연관성을 예측했다.
예컨대 한국인 얼굴에서 높은 빈도를 보이는 주걱턱은 유전 성향이 강해 부모에게서 유전될 확률이 높고, 크기보다 모양이 더 유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잘 알려진 유럽 합스부르크(Hapsburg) 왕가의 전형적인 얼굴을 봐도 필립 2세의 딸 이사벨라는 소녀 시절 단아한 용모에도 불구하고 아빠인 필립 2세의 주걱턱 모양을 닮았다.
반면 치아는 유전 성향이 낮아 부모 치열이 가지런해도 자녀 치아는 비뚤거릴 수 있으며 형제간도 다른 치열 양상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열에 유전적 영향이 크다면 유전자가 100%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치열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측정 결과는 달랐다.
위의 사진처럼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은 상악의 왼쪽 송곳니가 튀어나와 비뚤거리고, 다른 한 명은 반대쪽인 오른쪽 송곳니가 튀어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자궁 내에서 서로 반대쪽에 대칭으로 위치하며 자라서 거울상(mirror image)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영호 교수는 “자궁 내에서 아이 얼굴과 치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유전적 요소 외에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치아는 유전 성향이 낮아 부모가 자녀의 비뚤거리는 치아에 대해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치아 중 비교적 유전율이 높은 앞니와 송곳니의 경우 8~9세 때 치과 교정과 검진을 통해 비뚤거리거나 위치 이상이 있는 치아로 인해 맹출(돋아남)이 방해받지 않도록 공간 부족, 악(顎)습관, 교합 이상 등의 원인을 미리 차단하는 교정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Clinical Oral Investigations’ 지난 6월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