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에 ‘1유로 = 1달러’ 패리티
달러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1유로의 가치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1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이날 장중 0.998달러로 내려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에 달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와 유로화의 패리티(1대1 교환)이 깨진 것도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 발표 이후 요동쳤다.
이처럼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것은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이 에너지 위기로 경기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특히 서방 제재에 대한 대항조치로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보내는 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만큼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 금리인상이 금리차를 더욱 벌리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수요에 불이 붙어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로화는 더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미니크 버닝 HSBC 유럽사무소 FX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나라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 ECB는 7월에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린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유로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6월 기준 금리를 현행 0%로 동결한 ECB는 이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반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7월에도 다시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거나 혹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까지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