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면해 공격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경제 경착륙 우려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2일 CRS에 따르면 CRS는 최근 '미국 경제가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 가운데 어디로 향해 가는가' 제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6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을 끝내며 연율 환산 기준 -1.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말 이후 최대인 8.6% 급등하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렸고 추가 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연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플러스 성장 속에 실업률이 소폭 오르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는 2023년 물가 상승률이 2.6%로 떨어지고 실업률도 4% 아래로 유지될 것이라는 연준 지도부의 경제 전망에도 반영돼 있다는 게 CRS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까지만 해도 강력한 노동시장 상황을 근거로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지속됐고, 파월 의장도 지난달 22일 "그것(경기후퇴)은 확실히 하나의 가능성"이라면서 경기후퇴를 일으킬 의도는 없지만 "그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한 상태다.
CRS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한 규모로 신속히 없애려면 실업률 상승이 필요하다"면서 "연착륙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1965년과 1984년, 1994년 통화긴축 후에도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CRS는 "1965년과 199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낮았고, (그나마 높던) 1984년도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기준 5% 아래였다"고 현재와의 차이를 지적했다.
CRS는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니고 일부는 시차도 있었지만,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후퇴는 장기간 금리 인상 후에 일어났다"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실업률이 낮은 것은 수요가 너무 많다는 증거이며, 이 상황에서 경착륙 없이는 수요를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CRS는 직전 미국경제의 침체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에 있었던 만큼, 경착륙이 발생할 경우 '더블딥 경기후퇴'가 된다고 밝혔다. 더블딥은 경기후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경기가 후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더블딥이 현실화하면 19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이후 40년 만일 정도로 드문 사례다.
CRS는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면서 1980년대 초는 올해 전까지 인플레이션이 7%를 넘겼던 마지막 시기이며, 당시에도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넘는 수준으로 올리며 경기후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CRS는 또 연준이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히 올리지 않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이라는 더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물가와 실업률 간 관계가 약해지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높고 실업이 발생하는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RS는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는 게 중요하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