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3’ 수적 우위 무기
연방 대법원이 낙태 권리 공식 폐기에 이어 정부의 포괄적인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을 거는 등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된 대법관의 이념적 분포가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되면서 균형추를 잃은 대법원이 각종 이슈에서 우클릭하며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6대 3으로 연방 환경청이 대기오염 방지법을 토대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전국적으로 전기 생산에 석탄이 사용되지 않을 정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배출을 제한하는 것은 현재 위기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다”면서도 “그 정도 규모와 파급력이 있는 결정은 의회가 하거나 의회의 명확한 임무를 받은 기관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0%는 발전소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7일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 뒤에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22일에는 종교색을 띤 학교를 수업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기존 정교분리 관행을 벗어난 두 판결 모두 ‘6 대 3’으로 결정됐다.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된 것은 트럼프 정부 때다. 특히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 임명을 퇴임을 4개월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20년 11월 대선 직전에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별세하자 민주당은 전례대로 대선 승자가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인준을 강행했다. 이를 계기로 보수 대 진보 구도가 ‘5 대 4’에서 ‘6 대 3’으로 더 기울었다.
이에 따라 로버츠 대법관의 이른바 ‘캐스팅 보트’ 역할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