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체보고서 “물가 잡으려면 금리 4~7%는 돼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앞으로 2년 반 동안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의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4%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연준 내부에서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급격히 커지는 모양새다.
18일 뉴욕연은이 자체 경제 예측 모델에 근거해 산출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6%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0.5%의 역성장에 머문 뒤 2024년 0.4%, 2025년 1.4%로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향후 10분기(2년 반)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를 유지하는 연착륙 확률은 약 10%에 불과하다”며 “반면 같은 기간 1개 분기라도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져 1990년대 같은 경착륙을 할 가능성은 80%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연은이 3월에 제시했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9%와 1.2%였다. 마르코 델 네그로를 비롯한 뉴욕연은 연구진은 “뉴욕연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모델을 이용한 전망치가 3월에 비해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다. 테일러 준칙을 포함해 연준이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산출 공식에 현재 물가와 경제 상황을 대입하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최소 4%까지는 올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테일러 준칙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공식으로 만든 것으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가중치를 부여해 적정한 정책 금리를 찾는 데 쓰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 상황에서 금리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수학 공식을 적용하면 올해 금리는 4~7% 사이에서 책정해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전했다. WSJ는 “연준이 이 같은 공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는 8조 9000억 달러 규모의 보유 자산 감축에 따른 긴축 효과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도 “금리를 더 적극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긴급함을 연준 관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 경제 조사 기관 콘퍼런스보드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전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내년 말 이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15%는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 경기 침체를 전망한 이들은 22%에 불과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화학 회사 솔베이의 일함 카드리 CEO는 “치솟는 물가 상승률이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 초 전년 대비 30% 상승했던 서비스 지출 증가세가 절반으로 꺾였다. 최근 4~6주만 놓고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서비스 소비를 줄였다. 항공·여행 예약 사이트 카약에 따르면 미국 내 항공편 검색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3% 줄었으며 식당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 자료를 보면 최근 일주일간 외식도 2019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인들이 외식과 휴가·이발·청소 등 일상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줄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앞서 발표된 미시간대의 6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50.2로 전월 대비 8.2포인트나 급락해 1978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