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바이어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물 사냥에 여념이 없다. 올여름까지 주택을 구입하려는 막바지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활동이 활발하다. 그런데 최근 주택 시장에 올해 초와는 확 바뀐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연방준비제도’(Fed)가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부터 주택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택 구입을 포기한 바이어가 늘면서 주택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많아졌고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드디어 집을 내놓고 있다. USA 투데이가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연준 금리 인상 효과 가장 먼저 나타나
일부 전문가들 주택 시장 변곡점 도달했다
◇ 올해 1분기 정점 찍었나
주택 시장 열기가 올해 1분기만큼 뜨거웠던 적이 없다.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는 바이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시장의 과열 현상이 극에 달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3월 주택 가격 지수는 1년 만에 무려 21%나 폭등했는데 30년 집계 사상 최고 상승 폭으로 기록된다.
수요가 몰리면서 매물 10채 중 7채는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팔리는 등 주택 시장이 여름도 되기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부동산 정보 업체 코어로직의 셀마 헵 연구원은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막판 바이어가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구입 광풍 현상이 극에 달했다”라며 올해 1분기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 4월 집값 둔화 현상 나타나
그런데 가장 최근 들어 이 같은 과열 양상이 조금씩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의 효과가 주택 시장에서 가장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고 바이어에게 유리한 시장 조건이 조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주택 가격 둔화 현상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4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39만 1,2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상승을 기록했다. 2020년 4월과 2021년 4월 사이 주택 중간 가격은 무려 19%나 폭등한 바 있는데 이에 비해 상승 폭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작과 함께 주택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택 가격 둔화 원인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0%까지 기준 금리를 낮춘 연준은 올해 3월부터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모기지 이자율은 3월 초 3.7%(30년 고정) 수준에서 5월 말 5.1%로 치솟으며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주택 시장에서 발 빼는 바이어 늘어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작된 지 한두 달가량 지난 지금 그 효과가 주택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셀러들이 리스팅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는데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5월 셀러 5명 중 1명이 가격 인하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5월 리스팅 가격을 내린 셀러의 비율은 지난 2년 반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이 안 팔릴 것을 우려하는 셀러가 늘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처럼 셀러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바이어의 주택 구입 의욕이 감소 현상이다.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말 사이 바이어가 매물을 보러 다니는 활동인 이른바 ‘쇼윙’(Showing) 건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바이어가 점점 늘고 있다”라며 “매물 검색, 쇼윙, 모기지 대출 신청 등 주택 구입 전 부문에 걸쳐 바이어 활동이 확연히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급등하자 주택 판매 기간이 지연되고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매물이 깜짝 증가하기도 했지만 최근 매물 증가 속도는 2018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주택 시장 이미 변곡점 도달
주택 시장의 ‘갑분싸’ 현상에도 많은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받는 모기지 이자율 부담이 갑자기 높아져 집값이 올랐음에도 처분을 망설이는 보유자들이 대부분이다.
레드핀이 ‘연방 주택 금융국’(FHFA)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보유자 중 절반 이상(약 51%)은 현재 4% 미만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최근 이자율 수준인 5%대와 비교하면 1% 포인트나 낮은 수준으로 굳이 높은 이자율을 받으면서 새집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대형 은행 PNC의 애비 오모던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택 시장이 이미 변곡점에 다다랐거나 근접해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장기간 상승 곡선을 그리던 주택 시장의 방향이 꺾이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 주택 시장 신뢰도 2020년 6월 이후 최저
향후 주택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반영, 3월과 4월 주택 신축 건수가 감소했고 전체 주택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판매 주택 거래 역시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4월 단독 주택 거래량 연율 환산 약 499만 건으로 전달의 512만 건에서 약 2.5%나 감소했다.
‘전국 주택 건축업 협회’(NAHB)가 발표하는 5월 주택 시장 신뢰도 지수 역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는데 주택 건축업계가 향후 주택 시장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오모던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전망으로 향후 2년간 주택 가격 둔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모기지 대출 은행 파이낸스 오브 아메리카 모기지의 스티브 리치 최고 운영 책임자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해결 노력이 주택 수요를 효과적으로 잠재우고 있다”라며 “1월 최저점을 찍은 주택 재고가 늘어나면서 올해 주택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심한 부족 사태를 겪은 매물이 늘어나고 동시에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 시장의 매물 수급 상황이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