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 “차 매뉴얼에 필수라고 표시된 경우만”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한 한인 김모씨는 개솔린 가격 부담을 토로했다. 김씨는 “고성능 고급 차량은 일반 개솔린 넣으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들어서 프리미엄 개솔린을 넣고 있는데 개솔린 가격이 급등하면서 예상보다 유지비 부담이 커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고급 차량 보급이 크게 늘어나면 고급(프리미엄) 개솔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고급 차량엔 프리미엄 개솔린 주유가 권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고’는 ‘권고’일 뿐 레귤러 개솔린을 넣어도 자동차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고유가 시대에 무조건 프리미엄 개솔린을 주유하는 행위는 애지중지하는 내 차가 자칫 ‘돈 먹는 하마’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LA타임스는 이와 관련 “고급 차량의 매뉴얼에 프리미엄 개솔린이 ‘필수(required)’라고 규정돼 있지 않은 이상 레귤러를 써도 된다”고 전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가 프리미엄 개솔린 주유를 필수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프리미엄 개솔린 주유는 권장(recommended) 사항으로 레귤러 개솔린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프리미엄 개솔린을 사용하는 차량 운전자들은 대략 1,650만여 명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레귤러 개솔린을 사용해도 운행해도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고급 개솔린 가격은 일반 개솔린에 비해 4~5% 정도 더 비싸다. 6일 현재 LA 카운티의 레귤러 개솔린 가격은 갤론당 평균 6.366달러, 프리미엄 개솔린은 평균 6.669달러다.
개솔린 등급을 구분 짓는 것은 옥탄가다. 캘리포니아 주 기준은 프리미엄이 91옥탄가, 미드그레이드의 옥탄가는 89이고, 레귤러의 옥탄가는 87이다.
옥탄가는 자동차 엔진에서 점화플러그가 작동하기 전에 연료가 폭발하면서 금속 소음이 발생하는 ‘노킹’(knocking) 현상과 관련된 수치다. 노킹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 에너지 효율도 낮아지고 엔진 수명도 단축된다. 옥탄가가 높은 개솔린일수록 노킹 현상이 줄어들기 때문이 가격이 높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문적인 레이싱을 즐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급 차량에 레귤러 개솔린을 사용해도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고유가 시기에는 프리미엄 개솔린 대신 레귤러 개솔린으로 교체해 주유하면 주유비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특히 미드그레이드 개솔린은 정유사의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진 등급이라고 AAA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무연(unleaded) 프리미엄과 레귤러 개솔린에 유연(leaded) 개솔린이 판매되었지만 1990년대 이후 유연 개솔린이 사라지자 정유사들이 미드그레이드 개솔린을 대체 상품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엔진 성능 개선에 영향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