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공급충격, 중장기 수요충격 영향 더 커
중국이 팬데믹 초기 ‘우한사태’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코로나19 감염 파도에 직면하면서 중국 경제가 기존 전망보다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대두하고 있다.
진이 궈하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산업 가동 중단 등 공급 충격이 주목받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소비 위축으로 수요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 총 기조인 ‘안정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발병·봉쇄 기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어서 봉쇄가 끝난 후에도 수요 충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 충격은 4∼5개월, (당국의) 인프라 투자 제약은 2개 분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강력한 봉쇄 방역은 사업자, 서비스업 종사자, 일용직 건설 노동자, 공유차량 기사 등 인터넷 플랫폼과 연계된 임시직 노동자 등 수많은 주민의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 봉쇄 같은 불안한 상황을 겪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도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소비를 억제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중국 정부는 경제 상황이 나쁠 때는 정부 주도의 공공 인프라 투자를 크게 일으켜 경기를 떠받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른 민생 악화로 더욱 많은 재정을 민생 안정에 투입해야 하는 터라 지방 정부의 인프라 투자 여력이 제한됐다.
진 이코노미스트는 “전국 재정 데이터에서 우리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정부의 공공 재정 중 민생 지출 증가 속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예산에서 인프라 분야 투입 자금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일반 예산과 별도인) 특수목적 채권 발행량이 적지 않음에도 인프라 투자 증가 속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하는 중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추세여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려고 단행 중인 대규모 도시 봉쇄에 따른 경제적 대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2만2,995명(상하이 1만9,982명)으로 이미 우한 사태가 절정이던 2020년 2월12일 기록한 중국 일일 최고 감염자 1만5,152명을 한참 넘어섰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의 봉쇄가 지난달 28일부터 11일째 지속 중인 가운데 상하이보다 앞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중심지였던 지린성은 창춘 등은 3월 초부터 한 달가량 장기 봉쇄가 이뤄지고 있다. 왕타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전면 또는 부분 통제 중인 중국 지역의 국내총생산과 인구 비중이 각각 34%, 26%로 추산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업적으로 포장된 제로 코로나의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큰 경제적 대가를 치러도 우선은 방역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완고한 태도다.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는 최근 당 정치국원이자 방역 담당 부총리인 쑨춘란을 상하이에 급파해 ‘조금의 동요도 없이 제로 코로나를 유지한다’는 중앙의 방침을 하달했다.
중국이 연초 내건 올해 5.5%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이미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 중이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활동이 방역에 많이 지장을 받고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중국 정부가 방역 중요성을 성장보다 앞세울 것으로 본다”며 “올해 내내 이런 통제가 이어지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