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해제에 미뤄놨던 방문 ‘보복여행’ 예약 폭주
한국의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 해제 조치가 실시되는 다음달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항공권 예약에 나선 한인 한 모씨(65). 그는 “한국행 항공료가 오르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경험을 하고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400달러 초반대에 항공료를 확인하고 아내와 협의를 위해 하루를 고민한 뒤 예약을 하려 했지만 원하는 일정의 항공권 가격이 그 사이 오르고 말았던 것이다. H모씨는 “하루 고민한 사이에 항공권 가격이 100달러 넘게 뛰었다”며 “그나마 그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4월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7일 자가격리’ 면제에 나서자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한국행 항공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소위 ‘보복여행 수요’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한국행 항공편은 늘지 않고 있는 데다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도 한국행 항공권 가격 급등세에 한몫하고 있다.
22일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국행 항공권 구입 문의와 예약이 급증하면서 항공권 판매를 하고 있는 한인 여행업체들은 폭주하는 문의 전화로 ‘전쟁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삼호관광 신영임 부사장은 “자가격리 면제가 발표된 11일 이후부터 한국행 항공권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10명이 넘는 직원들이 문의 전화 응대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일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앞날이 암울했던 한인 여행업체들에게 한국행 보복 여행 수요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태양여행사와 삼호관광 등 주요 항공권 판매 여행업체들에 따르면 자가격리 면제 조치 발표 이후 한국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전년에 비해 2~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문의 전화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라는 게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국행 예약율이 치솟는 것은 한인 여행업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항공권을 구입해야 하는 한인들에게는 고스란히 ‘항공권 가격 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 오고 있다.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LA-인천간 항공권 가격은 1,400~1,500달러대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마저도 자리가 거의 없어 원하는 일정의 항공권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말이다. 1,000달러 대의 소위 ‘코로나19 가격’은 찾아 볼 수 없다.
여행 시기를 늦추다고 해서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5월22일 이후부터 여름 성수기에 들어가 한국행 항공권 가격은 1,600달러로 상승했다. 여름방학 수요가 겹치는 극성수기인 6월2일부터 10일까지 항공료는 1,700~1,80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국의 방학 시기와 맞물리는 7월 말과 8월 초 LA로 돌아오는 일부 항공권의 가격은 2,000달러까 급등한 상황이다.
태양여행사 써니 최 대표는 “폭발하고 있는 한국행 여행 수요로 인해 올해 항공권 판매는 비수기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하반기 항공권 예매라고 해도 원하는 일정에 원하는 가격을 위해서는 조기 예약이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도 한국행 항공료를 올리는 요인이다. LA 출발을 기준으로 유류할증료는 205달러로 왕복 410달러다. 앞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