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저널뱅크 인수합병 활발, 한인 은행들 실탄 충분
팬데믹 종료를 앞두고 미국 은행들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눈 앞에 다가온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사이즈를 키워 온라인 뱅킹·핀테크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실탄이 풍부한 한인 은행들도 M&A 기회를 노리는 상황이다.
1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FRB는 M&T뱅크의 피플스 유나이티드 파이낸셜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M&T뱅크의 피플스 유나이티드 파이낸셜 인수는 미국 북동부에 본사를 둔 두 지역 은행의 합병으로 인수가만 76억 달러에 달해 금융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번 승인으로 M&T뱅크는 자산 규모 기준 미국 11위의 대형 상업은행으로 등극했고 북동부에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이어 2위 은행이 됐다.
M&T뱅크 외에도 최근 미국 은행업계에서는 M&A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국내 7위 은행인 PN C파이낸셜이 스페인 BBVA의 미국 자회사를 인수했고 작년 말에는 헌팅턴뱅크가 TCF 파이낸셜을 사들였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M&T뱅크와 피플스 유나이티드 파이낸셜의 M&A와 마찬가지로 지역에 기반을 둔 리저널 뱅크들의 합병이 다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대면 영업이 줄어든 상황에서 온라인 뱅킹에 특화된 대형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몸집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커뮤니티 은행으로 성장해온 한인 은행들도 M&A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해 자금력이 풍부한 상황이라 인수·합병을 위한 토대는 갖췄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선두은행 뱅크오브호프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잉여금이 5억 달러를 돌파해 실탄도 충분한 상황이다. 자본잉여금은 쓰지 않고 쌓아둘 경우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 배당을 하라는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지기 때문에 은행 경영 관점에서는 신규 투자에 쓰는게 바람직하다.
한인 은행들이 실제 M&A 나선다면 영업망이 약한 뉴욕·뉴저지와 같은 동북부를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지역은 금융 수요를 갖춘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인은행들이 오퍼를 넣을 수 있는 리저널 뱅크도 다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과 M&A 조건이 갖춰져 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몸값이 많이 올라가 협상이 쉽지 않은 점은 있다”면서도 “동북부의 소규모 한인 은행은 물론이고 리저널 뱅크가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은행들 입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빅딜을 시도해볼 만한 조건도 갖췄다. 향후 금리가 올라가면 지난해 만큼의 역대급 실적은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팬데믹 이후 첫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데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상업은행의 수익성에 긍정적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