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00달러 갈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2주째 지속되면서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항공 수요 회복에 기대감을 갖고 있던 항공업계에 고유가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유가 변동은 항공업계 손익에서 절대적인 요인인데 국제 유가가 정점을 모르고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 항공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2% 상승한 배럴당119.4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4.72% 상승한 배럴당 12.69달러를 나타냈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30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139달러까지 치솟으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하원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곧 처리할 예정이어서 국제 유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어 러시아를 제재하면 원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제 유가는 13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고 어려움에 빠진 미국 항공업계에 유가 급등 현상은 회생의 걸림돌로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하면 약 3,000만달러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만 들어서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가격만 지금까지 50%나 상승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유가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에 원유 구매 가격을 정해 놓는 유류 선구매 방식을 버렸다.
그렇다고 항공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온전히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전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위드 코로나로 억눌렸던 항공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항공권 가격 상승이 자칫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 역시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가시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높아진 유가를 유류할증료에 반영하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배럴당 11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수차례 경험한 국적항공사들은 일정량의 비축 항공유를 마련해 둔 상황이다. 다만 국제선은 현지에서 연료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유가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게 국적항공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적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LA-인천간 편도 유류할증료가 기존에 비해 14% 올라 200달러를 넘어섰다”며 “유가 상승이 항공권 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