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 평균가도 4달러 넘어, 2008년 이후 최고
우크라 침공 이후 1주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세
‘역대 최악’… 각국 물가 급등·경제성장 타격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미 전국의 개솔린 평균 가격도 14년 만에 갤런당 4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6일 전국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가장 개솔린 가격이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갤런당 5.288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개솔린를 구매하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일주일 전보다 갤런당 0.4달러, 한 달 전보다 0.57달러를 각각 더 지불하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최근 개솔린 가격 급등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산 원유가 이번 침공 사태 후 시장에서 거의 퇴출당하다시피 한 것이 공급난을 더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캐나다를 제외하면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결정한 나라는 없지만, 민간 기업들이 잠재적 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러시아산 제품을 꺼리는 양상이다. JP모건 추산 결과 러시아산 원유의 66%가 바이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사장은 CNBC에 “바이어들이 러시아산 정유제품 구매를 줄이면서 러시아의 정유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항만 근로자들도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실은 선박 하역을 거부하고, 보험료가 급등한 탓에 선주들은 러시아에서의 선박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포 사장은 에너지 업계 전반에 걸친 공급 차질로 미국의 개솔린 가격이 향후 갤런당 4.5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개솔린가 급등은 미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울 것으로 CNBC는 예상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 시기를 능가하는 ‘역대 최악’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일쇼크 당시처럼 인플레이션 상승과 급격한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시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 13.02% 뛰어올랐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60년 이후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이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4년 9월 마지막 주의 상승률 9.67%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 지수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밀·대두 등 곡물, 금·구리 등 금속을 포함한 33개 주요 원자재 현물 가격으로 구성돼 있다.
다른 주요 원자재 시장 가격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도 같은 기간 20.03% 치솟아 집계가 개시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전 배럴당 90달러 중반 수준이었던 국제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20달러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지난 한 주 동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6.30%, 브렌트유는 20.61%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03.92% 폭등하면서 한때 장중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밀이 59.91% 치솟았고 옥수수(+14.71%), 대두(+5.41%) 등도 급등했다.
금속도 니켈(+18.71%), 철광석(+15.45%), 알루미늄(+14.64%)을 필두로 일제히 오르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원자재 시장 전반의 급등세로 번졌다. 그 결과 가뜩이나 수십 년 만에 최고로 오른 각국의 소비자물가가 더욱 치솟고 세계 경제 성장이 짓눌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